동물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이 주최한 동물원·수족관법 토론회에서는 시행한 지 한 달이 안 된 이 법률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동물 체험카페와 체험농장 등을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동물원 전문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 5월30일부 시행됐으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 규제가 약화돼 시행 때부터 개정론이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변형 동물원과 수족관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들에 대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등록 대상 범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대표는 “현재 법안에서는 동물원과 수족관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고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세부적인 조항이 전무하다”며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도록 하자면 제6조의 적정한 서식 환경 제공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처벌 조항 등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 6조의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모호한 내용은 결국 자율적 관리에 맡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이 동물복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점도 꼬집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일련의 동물원 동물학대 사건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회적 분위기 조성돼 동물원법이 제정됐지만, 전시동물의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등록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업체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동물원과 수족관 등 동물전시업 등록 대상은 동물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이다. 전 대표는 “동물카페, 체험농장 등 수가 적거나 가축만 보유하고 있는 곳은 법률적으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피부병에 걸린 소에게 우유먹이기 체험을 하고, 동물을 마음껏 만지거나 사진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복지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동물카페에 있는 새끼 왈라비를 보고 손님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토론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육 조건을 법률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채웅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코끼리가 적응하지 못한다며 족쇄를 채우고, 무분별한 야간 개장으로 기린과 원숭이가 죽는 등 전국 동물원의 동물들은 비생태적인 환경에서 사육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어 “사육조건을 강화하고 시설이나 조건을 갖춘다고 해도 교육된 전문가들이 있어야만 복지가 가능하다. 법률에 시설 기준과 전문적 인력에 대해서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북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가로서 법률 토씨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며 “부실한 동물원을 방지하기 위한 검사기능이 너무 약하고 단순한 인증제가 아닌 면허를 발급하고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동물전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가축만을 전시하는 시설을 등록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는 가축을 별도로 다루고 있는 축산법과 사전 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향후 검토해보겠다”며 “동물원의 보유동물 현황과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계획이 적정한지 등 검토를 강화해 운영할 때 고려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사단법인 ‘동물복지표준협회’도 이날 창립총회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임세연 인턴기자
토론회가 끝나고 사단법인 동물복지표준협회 창립총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동물복지 정착을 위한 행정 제도를 연구하고 제안하기로 했다. 신임 박순석 동물복지표준협회 공동대표는 “동물보호 및 복지의 국가 정책적 표준가이드를 만들어 사회적 갈등 요소들을 줄이는 것이 설립 취지”라고 말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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