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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눈 뿌예진 노령견, 모두 백내장은 아니다

등록 2017-08-13 21:22수정 2017-08-13 21:59

[미래&생명] 박정윤의 멍냥멍냥
강아지 수정체 혼탁해지면, 백내장 의심되기 마련
나이들어 생긴 변화…주기적 검진으로 ‘맑은 눈’을
지요는 나이 들면서 수정체의 핵이 딱딱해지는 노령성 핵경화를 앓았다. 백내장도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지요는 나이 들면서 수정체의 핵이 딱딱해지는 노령성 핵경화를 앓았다. 백내장도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몰티즈 지요(12)네는 궁금한 게 많다. 궁금증만큼 걱정도 많다. 지요네의 걱정은 대다수 노령견이 가지는 걱정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 지요의 눈이 뿌옇게 보여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지요의 언니는 큰 걱정을 안고 내원했다. 검사 결과 지요는 백내장이 아니었다. 안심도 잠시. 지요네 언니는 궁금해졌다.

“그런데, 선생님! 그럼 왜 눈이 뿌옇게 보여요? 제 눈에는 분명 눈이 맑고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걸요.”

“눈이 뿌옇다고 모두 백내장은 아니에요. 지요의 진단명은 노령성 핵경화예요.”

흔히 눈이 뿌옇게 보이면 백내장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눈의 변화에서 노령성 핵경화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핵경화도 나이가 들면서 눈 안쪽이 뿌옇게 보이는 변화다. 둘 다 눈 안쪽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모습이라 혼동하기 쉽다.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우니 동물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핵경화는 나이가 들면서 눈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안구 내의 수정체(Lens)에서 만들어지는 수정체 세포는 수정체 섬유(Lens fibers)로 변형되고, 오래된 섬유들은 수정체의 핵(중심부위)으로 이동하게 된다. 중심으로 모이는 오래된 섬유가 많아지면서 수정체의 핵이 단단하고 짙어지는 변화를 ‘핵경화’라고 한다. 백내장보다 조금 더 청회색을 보인다.

눈의 중심부가 다소 혼탁해 보여도 핵경화일 경우에는 망막까지 들어오는 빛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력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교정이나 안약 처치 등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핵경화증과 별개로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은 필요하다.

백내장은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 내의 섬유 단백질의 분자량이 증가하면서 서서히 투명성을 잃어 가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외상, 당뇨병, 여러 안질환 후의 합병증으로도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코커스패니얼, 비글, 골든리트리버, 슈나우저, 비숑프리제, 푸들 등은 백내장이 많이 발생하는 품종이다. 이런 종들은 어린 나이에 백내장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를 앓고 있을 때는 백내장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백내장은 점점 진행되면서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서 시력을 잃게 된다. 백내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안약을 사용하는 보호자도 있지만 치료제는 아니다. 노령성 초기 백내장에 사용되는 백내장 지연제는 치료제가 아니라 보조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치료는 오직 수술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서 백내장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력 상실이 생명을 위협하는 건 아니지만, 백내장은 점점 진행되면서 단순히 시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눈 안쪽에 염증을 일으켜서 포도막염이나 녹내장, 수정체 탈구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술을 할 수 없더라도 지속적인 검진과 관리는 필요하다.

몇 년을 함께했던 미르(12)가 떠올랐다. 미르는 당뇨와 신부전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던 몰티즈였다. 처음 만났을 때, 미르는 당뇨로 인한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병원에 자주 와서인지 미르는 처치실 안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녔다. 미르의 신통방통함은 그것만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선생님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특히 담당 선생님은 어디 있어도 꼭 찾아내서는 안아 달라고 조르는 애교쟁이였다.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선생님들에게 안아 달라고 조르던 미르. 그런 미르를 보며 우리끼리 ‘미르는 눈이 안 보이는 척하는 거야’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미르는 우리를 잘 알아보고 반겨주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미르를 종종 그리워한다.

지요네는 주기적으로 검진하기로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녀석들의 눈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함께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맑은 눈으로 마주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리라.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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