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 수영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의 22일 낮 최고기온이 38.0도까지 치솟아 7월 최고기온 역대 최고치(38.4도)에 근접하는 등 올해 폭염이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1994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기상청은 22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데다 제10호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까지 유입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가 기록됐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낮 최고기온이 오후 3시27분께 38.0도가 관측돼 1994년 7월24일의 사상 최고치(극값)에 근접하며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7월 낮 최고기온 극값이 경신됐다. 홍천에서는 38.2도가 관측됐으며, 청주 37.8도, 수원 37.5도, 제천 37.2도, 춘천 37.0도, 파주 36.7도, 동두천 36.1도, 대관령 32.9도 등이었다. 이밖에도 서울을 비롯해 양평(37.4도), 포항(37.2도), 이천(37.4도), 의성(37.1도), 충주(37.0도), 춘천(37.0도) 등지에서 올 들어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이 기록됐다. 가장 높은 기온이 기록된 곳은 경기 안성시 고삼면으로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39.5도가 관측됐다. 역대 7월 낮 최고기온은 2017년 7월13일 경주와 1942년 7월28일 대구에서 기록된 39.7도였다. 서울에서는 이날 서초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 39.3도가 기록됐다.
이날 오전 서울(최저기온 25.3도), 제주(28.6도), 강릉(28.1도), 광주(27.0도), 부산(26.9도), 대구(26.3도), 전주(26.2도), 청주(25.8도), 대전(25.6도), 인천(25.4도) 등지에서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5도 이상이 유지되는 때를 말한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올해 폭염이 1994년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폭염의 원인과 경과도 유사한 경로를 보여 1994년에 버금가거나 넘어서는 폭염이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예단할 수는 없다. 단기간에 폭염을 해소해줄 만한 기상 변화가 예상되지 않아 1994년과 비슷하게 장기간 폭염이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하고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기상 기록상으로는 올해 폭염이 1994년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기상청이 기상통계에 사용하는 10대 도시(서울 춘천 강릉 청주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 제주)의 1994년 7월(1~22일) 평균 폭염 일수는 11.6일로, 올해 같은 기간 7.3일보다 4일 이상이 많았다. 열대야 일수(7월1~21일)도 1994년의 10.6일에 비해 올해는 5.7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상관측 45개 지점의 7월 일 최고기온 극값의 5개 순위 연도 225개 가운데 1994년으로 기록된 경우는 22일 오후 4시 현재 절반을 넘는 125개에 이르는 데 비해 올해는 20개에 불과하다. 1994년 7월23일 이후에 기록된 53개를 빼더라도 1994년의 기록이 훨씬 많다. 다만 올해 7월말 폭염이 1994년보다 심해질 경우 수치가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날 현재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약 8일이어서 나머지 모든 날이 폭염일로 기록되더라도 1994년 7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 18.3일에는 못 미친다.
기상청은 이날 “23일과 24일에도 계속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가끔 구름이 많을 뿐 대체로 맑은 날이 이어지겠다. 이런 기상 상황은 7월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제10호 태풍 ‘암필’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강도는 약, 크기는 소형 태풍으로, 중국 상하이 북북동쪽 약 80㎞ 부근 육상에서 시속 34㎞로 북서진하고 있으며, 23일 오후 3시께에는 중국 칭다오 서남서쪽 약 21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