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여름 기온 아노말리(관측 기온에서 각 지점의 평균 기온을 뺀 값) 분포의 이동. 녹색 점선 : 1951~1980년 기온 분포(기준), 파랑색 : 정상보다 추운 경우, 흰색 : 정상인 경우, 빨강색 : 정상보다 0.5~3도 더운 경우, 고동색 : 정상보다 3도 이상 뜨거운 경우. 출처 : Columbia University Earth Institute (http://csas.ei.columbia.edu/2016/01/19/global-temperature-in-2015/)
산업혁명 이후 전 지구 평균기온이 약 1도 상승했지만,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30년 전 기후변화 대응을 처음 주장했던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제임스 한센(James Hansen)은 그의 연구원들과 함께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름철 북반구 육상 기온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사했다. 북반구 기온(실제는 관측 기온에서 각 지점의 평균 기온을 뺀 값)의 발생 빈도 분포는 종 모양의 곡선이다. 대부분 관측 기온 값이 평균 근처에 있기 때문에 이 종 모양이 만들어진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곡선의 상한(오른쪽 끝)과 하한(왼쪽 끝)에서 드물게 출현한다. 기온의 경우 상한에서는 폭염이, 하한에서는 한파가 발생한다.
기준 기간인 1951~1980년 북반구의 여름 기온은 정상보다 추운 경우, 정상인 경우, 정상보다 더운 경우가 각 3분의 1씩 차지했다. 이후 평균기온이 약 1도 증가함에 따라 종 모양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또 지구온난화의 충격으로 기온 변동이 커져 뾰족했던 종 모양 곡선이 옆으로 넓게 퍼졌다. 이에 따라 덥거나(정상보다 0.5~3도 높은 경우) 뜨거운(정상보다 3도 이상 높은 경우) 기온 발생은 많아지고 추운 기온 발생은 적어졌다. 2005~2015년 동안에는 기온의 3분의 2가 더운 범주에서 발생했고 1980년 이전에는 불과 0.1%에 불과했던 뜨거운 기온은 14.5%로 늘었다. 뜨거운 기온의 발생빈도가 무려 145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폭염이 많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평균 기온의 작은 변화와 종 모양 분포의 변화가 뜨거운 기온의 출현빈도를 많이 증가시켰다. 이것이 평균 기온 ‘1도’ 상승으로도 지금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염을 설명할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서약한 온실가스 감축을 지킨다 해도 2100년에 기온상승이 ‘3.5도’가 될 예정이다. ‘1도’ 상승한 지금도 고통스러운데 ‘3.5도’ 상승을 그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뜨거운 올해 여름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 우리가 아니라면, 누가 하겠는가?
대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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