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이 피해 구제를 받은 1·2단계 피해자 외에도 3·4단계 판정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가습기살균제로 숨진 1403명을 위한 시민분향소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본사 앞에 꾸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등으로 꾸려진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2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구제받지 못한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지원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옥시 등 가해 기업들은 모든 피해자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배·보상을 하라”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7년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피해구제법)’은 피해구제가 가능한 폐 질환으로 ‘소엽중심성 폐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 질환’만을 인정한다. 천식과 태아 피해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폐외질환으로 정해놓은 상태고,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얻은 다른 질환은 정부로부터 피해를 구제받을 근거가 없는 것이다. 환경부의 피해구제위원회에 속한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가 피해자의 폐 섬유화 상태, 병력, 습관 등을 고려해 피해 단계를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나누는데, 3·4단계는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부의 ‘폐 질환 건강피해 조사 및 판정 결과 현황’을 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발병한 폐 질환으로 사망한 1267명 가운데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1·2단계 피해자는 205명으로 16.2%에 불과하고, 나머지 1062명(83.8%)은 3·4단계나 판정불가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폐 질환 중에 극히 일부분인 말단기 소엽중심성 폐 섬유화가 나타나야만 1·2단계로 인정한다. 초기·중기 단계 증상과 나머지 전신 질환에 대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현행 피해구제 판정 기준을 철폐하고 질환별 판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5일 폐 섬유화로 숨진 조덕진(49·목사)씨를 비롯한 사망자 1403명(정부 접수 기준)에 대한 시민분향소도 옥시 본사 앞에 마련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