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과 환경부가 28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농업과 수산업’ 부분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밥과 김치, 생선, 김 등 우리 밥상에 오를 반찬이 달라질 것으로 짐작된다. 한겨레 자료 사진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식탁 위 음식이 달라진다. 기온이 오르면 벼를 포함해 감자·옥수수 등 ‘구황식물’과 김치 재료인 고추, 배추의 생산이 준다. 수산물 중에는 삼치와 방어의 어획량은 늘지만 김과 미역 등 연안 해조류 양식이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세계적으로 식량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냉해로 감자는 재배 면적 793㏊, 고구마는 520㏊, 옥수수 등은 507㏊의 피해를 봤다고 농가들이 신고했다.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일 피해 상황은 더 커서 3만7111㏊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꿀 농사도 피해가 극심하다. 한국양봉협회 자료를 보면 아카시아·야생화·밤꿀 등을 합친 전체 벌꿀 생산량은 2017년 7만3천톤, 2019년 7만9천톤이었는데 꽃이 피는 5월에 비가 많이 내린 2018년엔 3만3천톤, 올해는 현재까지 생산량 8천톤으로 급감했다. 특히 올해는 5월 강수일이 평년보다 하루 늘어난 9.6일로 평년에 견줘 꿀 생산량이 10%에 그쳤다.
이런 변화는 28일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농업과 수산업’ 부분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밥과 김치, 생선, 김 등 우리 밥상에 오를 반찬이 달라질 것으로 짐작된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주식인 쌀(벼)은 보통 27~32도에서 잘 자라는데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꽃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감자는 가뭄이 들면 생육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가을에 심는 보리도 겨울이 따뜻하면 생장기인 봄으로 인식해 냉해 위험이 증가해 생산율이 떨어졌다. 옥수수는 지난 20년 동안 여름철 고온 현상과 가뭄, 강수량 부족으로 과거보다 취약성이 높아졌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이번 세기말 쌀 생산량은 25%, 옥수수는 10~20%, 감자는 10~30%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김치 주재료인 고추와 배추는 고온에서 생산량이 감소한다. 고추는 세기말 89%가 줄 것으로 예상됐다. 가을 배추는 파종 뒤 결구기(속이 동그랗게 차는 때)까지 최고 기온이 높아져 생육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파는 고온에서도 생산이 가능해 세기말 127~157%가 늘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은 전갱이·정어리·살오징어·삼치·방어가 한국 해안을 타고 북상하고 있었다. 서해안의 김과 미역 등 해조류 양식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은 밥상 위 음식이 달라지는 정도지만, 먼 미래에는 더 비관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이라며 ‘식량 안보’ 문제를 지적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2030년까지는 식량 증가와 생산 비율이 같게 유지되지만 이후로는 본격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나라의 식량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급량이 줄면 이제 마트에 가도 먹을 것이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