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20일 헬기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 위로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33㎞의 도로가 나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새만금 유역의 물을 농업·도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질을 높이려면 해수 유통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대책에 3조원이 투입됐는데도, 바닷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던 새만금호의 수질이 더 악화된 사실도 확인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409㎢·서울 면적의 약 3분의 2)이자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의 대표적 환경 갈등 사례였던 새만금 사업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겨레>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만금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 종합평가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환경전문연구기관) 등이 수질대책 추진 상황과 유량 조건, 해수 유통량(갑문 운영)의 조건에 따라 새만금호와 상류지역인 만경·동진강 수역의 미래 수질을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서해 평균 해수면보다 새만금호 수면이 1.5m 낮게 유지되는 조건에서 바닷물을 흐르게 했을 때, 수질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 조사 결과의 핵심 내용이다. 1.5m는 역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기존에 호수 안에 조성한 토지 이용이 가능하고 해수 유통도 가능한 높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호수와 통하는 바닷물의 양을 현재(한 해 36억800만톤)보다 6.5배(한 해 235억9천만톤) 더 흐르게 했을 때 수질이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예측됐다. 만경·동진 수역의 농업용수는 목표 수질인 4등급이 가능했다. 도시용수가 필요한 동진강 유역에서는 오염기준(COD, T-P)이 목표 수질인 3등급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2단계 수질대책 완료까지 고려하면 목표 수질인 3등급의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농업용수로 이용하려면 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면 해수 유통이 차단되어 새만금호가 담수화될 경우, 수질대책을 시행하더라도 농업용수와 도시용수 확보가 곤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재 수준의 바닷물을 유통하면 농업용수는 확보하지만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수질기준에 맞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호수 내 오염원 관리 대책과 배수갑문을 운영하는 시나리오별 후속 대책 등 복수의 안을 마련해, 새달 새만금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국무총리실 소속 심의위원회인 새만금위원회에 전달돼 연내 새만금 기본계획을 정할 때 반영된다. 장기적으로 담수화를 못박은 새만금 기본계획이 변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뜬 뒤 지난 29년 동안 환경보호와 개발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왔다. 1990년대 중반 시화호 오염 사건을 계기로 환경단체가 새만금 사업에 문제제기를 시작한 뒤, 2006년 3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법정다툼을 이어오기도 했다. 오랜 수질 논란이 벌어진 끝에 정부가 바닷물이 흘러야 수질이 좋아진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새만금위원회의 결정 내용이 주목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세계 최장의 방조제(33.9㎞)를 쌓아 물을 막고 바다를 매립했지만, 호수 내부의 수질은 애초 세운 목표인 3~4등급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1단계 수질대책(2001~2010년)에 이어 2단계 수질대책(2011~2020년)을 시행해왔다. 환경부의 ‘새만금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 종합평가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 보고서를 보면, 1단계 수질대책에 1조4천억원, 2단계 수질대책으로 3조966억원이 들어가는데도 호수 내 도시용지 구간에선 최근 오염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호수 내 수질 악화 원인은 해수 유통량이 감소되면서 조류 발생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14년 8월 어선 전복사고로 배수갑문 개방 시간을 축소하면서 해수 유통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도 방조제 갑문을 열어도 호수 내 수질등급이 5~6등급에 그친다.
이번 보고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7월 전북도 내 산·학·민·관·연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 등에 연구용역을 맡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정부가 바닷물이 흘러야 수질이 좋아진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단계와 2단계 수질대책 중간평가 때는 새만금기본계획이 추진해온 담수화를 전제로 대책이 나왔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2단계 수질대책을 평가하고 후속 대책을 찾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새만금 사업 이후 전라북도의 수산업이 몰락했고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졌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담수화를 해서는 목표 수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을 살려야 수산업 복원, 관광 활성화, 도시개발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 유통에 반대해온 전북도는 동서도로나 남북도로 등 추진 중인 개발사업과 2단계 때 추진하지 못한 수질 대책들을 진행한 뒤 2025년께 해수 유통을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하루 한번 해수 유통을 하면서 수질 변화를 지켜보자는 취지다. 윤동욱 전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올해까지 새만금 내부 개발 목표가 73%인데 갈등 조정 등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38%에 그쳤다. 부지만 만들어놨지 민자 유치 과정 등 이후 진행이 안 됐다”며 “내부 개발이 진행 중인데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만금은 이제 생태계 보존을 기반으로 한 개발로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 방향은 풍력과 태양발전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새만금이 ‘한국형 그린뉴딜의 모델케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