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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조선일보와 경제지들은 왜 ‘탈원전’을 싫어할까?

등록 2020-11-24 17:07수정 2022-01-03 19:15

[기후뉴스 읽기]
부정적 보도 일관, ‘입맛’에 맞는 표현만 골라 쓰기도
한수원 광고비와 연관?…‘결국 경제적 이해관계’ 비판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지난 23일 정부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제안했다. 석탄 발전과 휘발유·경유차량 퇴출 시점 등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정책이 포함됐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은 ‘2035년부터 내연차 국내 판매 중단 제안’ 등을 제목으로 정책 발표 소식을 전했다.

같은 정책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다른 내용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후회의 “탈원전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 어렵다”), <한국경제>(대통령 자문기구 “원전정책 고정불변으론 2050년 탄소중립 어렵다”), <서울경제>(대통령 직속위 “탈탄소, 원전도 대안”)가 대표적이다. 정부 내부의 ‘탈원전 어깃장’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정부 추진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같은 정책을 두고도 언론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탈원전 기조에 시종일관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들 언론의 보도가 나온 24일 오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책 제안 발표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석탄 발전 퇴출 부분에 원자력이 언급돼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 발전(2019년 전체 발전량의 40.4%)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하되,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를 구성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 요약본’ 보도자료 10쪽 원자력 부분 갈무리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 요약본’ 보도자료 10쪽 원자력 부분 갈무리

정책 제안 발표 뒤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제안을 두고 “(모든 원전 수명이 끝나는) 2079년 이후에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왔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답변을 시작했다.

“(석탄 발전의 빈 자리를)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중에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시기별로 각 에너지원의 발전단가,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겨레>가 당시 발언 내용 전체를 확인한 결과, 안 운영위원장은 이 발언에 이어 <조선일보> 등이 제목으로 뽑은 발언을 했다.

“원전 문제를, 지금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정부의 기존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활용 필요성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기사에 썼다. <한국경제>는 아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사실상 원전 정책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기사를 썼다.

이들은 안 운영위원장이 “정책이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은 어렵다”는 말 바로 뒤에 한 다음의 발언은 기사에 줄여서 담거나 쓰지 않았다.

“원전이 이때도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원전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우리가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것은 곧 원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소에 장착할 수 있는 탄소·포집 저장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은 통으로 이뤄진 전체 발언 중에서 ‘입맛’에 맞는 앞부분만 잘라서 크게 쓰고 나머지 발언은 축소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고전적 방식’을 사용한 셈이다.

안 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에도 2038년에는 1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이를 전제로 원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원전 정책이 고정불변의 것이라면 2050년 탄소 중립은 어렵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당시 질의응답에는 이런 맥락이 잘 드러나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40%, 원자력 25%, 액화천연가스 25%, 재생에너지 6.5% 정도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찬반 갈등이 첨예한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늘 질문하게 된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진보언론은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등이 원자력 발전의 긍정적 면을 주로 보도하는 데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7년 공개된 한국수력원자력 광고비 집행 내역(1~7월)을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및 그 계열사에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집행됐다.

다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산업계 목소리도 함께 수렴해 대안을 고민해 왔다는 점에서, 안 운영위원장 발언이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언론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는 “원전 수명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지만 원전이 미래 전력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4일 오전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배포한 자료
24일 오전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배포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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