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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위기 시대, 기상청 이름 바꾼다면 ‘기상기후청’ 적절”

등록 2021-01-06 04:59수정 2021-12-31 13:33

[이회성 IPCC 의장-박광석 기상청장 대담]
“2050년 목표보다 ‘올해와 내년 무엇을 할지’가 중요”
“내년까지 IPCC 6차 평가보고서 완성해 승인받을 것”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회의실에서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가운데)과 국내 기후변화 감시·분석기관인 기상청의 박광석 청장이 만나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행을 맡은 이근영 <한겨레> 기자.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회의실에서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가운데)과 국내 기후변화 감시·분석기관인 기상청의 박광석 청장이 만나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행을 맡은 이근영 <한겨레> 기자.

“만약 기상청의 이름을 바꾼다면 기상기후청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박광석 기상청장)

“2030년, 2050년 목표 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이회성 IPCC 의장)

올해는 교토의정서가 만료되고 2015년에 맺어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의한 신기후체제가 시작하는 해이다. 파리협정의 체결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5차 평가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최고의 과학적 권위를 갖고 있는 아이피시시는 현재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에 동력을 제공할 6차 평가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6차 보고서를 책임지는 아피시시의 6대 의장은 한국인인 이회성 전 고려대 교수다. 지난해 말 <한겨레>는 기상청에서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과 국내 기후변화 감시·분석기관인 기상청의 박광석 청장을 한자리에서 만나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대담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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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먼 미래 얘기 아니다

―역대 가장 긴 장마 등 2020년 이상기상 현상들, 기후변화 맞나?

박광석 청장(이하 박)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구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 역대 5위가 최근 5년에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바다 얼음이 녹고 그 영향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3국에 상당히 많은 여름 강우량으로 나타나 피해를 입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이상기상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고 이대로 간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지나.

이회성 의장(이하 이)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라고 하면 50년 뒤, 100년 뒤에 일어날 현상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동안 아이피시시 평가 때마다 나오는 결론은 ‘기후변화는 지금 진행 중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가 지금처럼 대응 한다면 지구 온도(상승폭)는 3도 정도 될 것이란 게 현재 (아피시시의) 예상이다. 3도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온도로, (지금은) 기후대책에 적극적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고, 지금까지의 대응 노력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하는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원인을 막아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대통령이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했다. 특히 중간단계인 2030년까지 감축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2030년 감축목표를 (2050년 목표와) 함께 확정했다. 종전 목표는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었는데, 이번에는 절대량 방식으로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전환했다. 이행관리에 있어서의 투명함과 신뢰도 측면에서 (표기)방식 전환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감축 목표에서는 별 변동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안에서도 추가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리협정 5주년인 지난달 12일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 세계 각국 대응 노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비록 화상이지만 70개국 정상들이 같은 시간에 모여 기후대책을 언약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문제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다. ‘2050 탄소중립’은 올해부터 해마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감소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올해부터 줄여가야하는데 거기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2030년, 2050년 목표 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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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극복 기술 충분, 사회 수용성이 변수다

―2050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30년 뒤 ‘된다’ ‘안된다’ 식은 옳은 접근이 아니다. 다만 기술적 요건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인간의 과학적 재능, 상상력은 뛰어나다. 경제적 장애도 상당히 떨어지고(완화되고) 있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의 조달 비용 등이 기술 도움으로 완화되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이다. 사회전체적으로 소비자들이 기술에 의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 용인할지(를 봐야한다). 에너지체계를 바꾸고 소비자의 선호도가 바뀜에 따라서 기존 사회간접자본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그 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손해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접근방법, 대응책이 마련된다면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낙관한다.”

―낙관한다고 했는데, 탄소중립이 되면 기후변화가 해결되는 것인가?

“탄소중립은 대기 중 집적된 이산화탄소 농도를 한정시키는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에서 숫자(연도)가 가지는 의미는 1.5도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목표가 2도라면 탄소중립 달성 필요연도는 2075년이 된다. 문자 그대로 기계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정보와 분석을 종합했을 때 1.5도를 넘어가지 않게 할 경우 지구 기후 시스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고, 이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이 합의한 것이 바로 파리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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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으로 보고서 4개월여 지연

―아이피시시 6차 보고서 진행은 어떻게 돼 가나?

“아이피시시에는 기후과학·적응·대응대책을 다루는 워킹그룹 등 3개가 각각 평가보고서를 만든다.(연구보고서가 아니다) 그룹별로 요약 부분을 정부(대표)가 채택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총회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총회는 195개 회원국 대표들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증거를 토대로 정책결정자들이 최종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요약문에 담는다. 문장 하나하나를 195개국이 합의한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보고서의 주요 질문은 기후변화가 과연 사람이 만들어낸 일인가였다. 이것을 규명하는 데 30년 동안의 노력이 들어갔다. 5차 보고서를 기점으로 기후변화가 사람이 한 것임이 확인되고, 이를 바탕으로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6차 보고서의 주안점은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이다.”

―일정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4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2021년) 기후과학에 대한 보고서와 대응대책 보고서가 나오고 내년엔 적응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종합보고서의 완성은 내년 후반이 될 것이다.”

―2023년 각국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평가하는 지구적 이행점검(GST)에서 6차 보고서가 어떤 구실을 하나?

“6차 보고서를 근간으로 지구적 이행점검을 진행한다는 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지침이다. 파리협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가능한 수단은 각 나라가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을 공개하고 서로 비교해 누가 더 잘 하나, 가장 좋은 모델을 놓고 합리적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국이 낸 자료가 비교할 수 있게, 공통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아이피시시가 기여한 건 방법론 보고서(인벤토리)라는, 곧 각국이 배출 숫자를 자세하게 기록하는 매뉴얼을 제시한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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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파수꾼·길잡이 구실할 것

―기상청의 이름을 지금 시대조류 내지 시대정신에 맞춰 바꿀 생각은?

“국민 생활과의 밀접도로 보면 기상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조직의 이름을 바꾼다면 기상기후청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후 쪽도 온실가스 감시라든지 현상을 기록하고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드리는 파수꾼 내지 길잡이 구실을 해야 한다. 기상청 이름을 바꿀 생각은 갖고 있지만 정부 조직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정부 조직 내 합의 내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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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편리한 정보 제공해 동력 확보

―탄소중립 등의 기후변화 ‘완화’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에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의식 변화가 일어나려면 이해확산 활동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지난해 7월 ‘2020년 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발행했는데, 언론을 비롯해 국민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확산을 위해 기상청에서는 어떤 구상과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나?

“2020년 기후변화평가보고서가 주목받지 못한 건 아쉽게 생각한다. 기상청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 물질을 감시하고, 기온·강수량 기록 등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국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나 행동으로 옮길 때의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좀더 쉽고 이해하기 편리한 정보를 제공해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일반 국민들이 기상청이 기후변화도 다룬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기후변화 업무에 대해 과학적 분석이나 근거 자료 만드는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국민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연령대별로 특화된 맞춤형 자료를 만들어 많이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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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에너지 자원 없는 국가에는 기회

―기후변화와 세계경제 또는 우리 경제의 부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양쪽으로 달아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아니다. 두 마리 토끼에 올라타야 기후변화도 막고 경제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라는 것은 화석에너지 자원을 벗어나 다른 자원을 써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 입장에서 너무 좋은 뉴스인 것이다. 지난 30~40년 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어떻게 하면 부존자원의 부족을 해소하면서 경제성장을 할 것인가였다. 그런데 전 세계가 나서 그렇게 하자고 하고 있다. 2015년 6명의 의장 후보 가운데 유일한 경제학자인 내가 선택된 것은 이미 (이런) 공감대가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10년, 30년 뒤 경제구조를 바꾸려면 지금부터 투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제러미 리프킨의 지적대로 좌초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 투자 방향이 바뀐다면 저탄소, 탄소중립으로 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이회성 IPCC 의장

이회성(76) 의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정책연구부장을 거쳐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을 역임하고 계명대와 고려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1992년 제2차 보고서 때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평가단에 참여해 제5차 보고서 때는 부의장을 맡았고 2015년 10월 의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54) 청장은 서울대 정치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1년 행정고시(35회)에 합격했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자연환경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환경·기후 분야 행정전문가로 지난해 11월 제14대 기상청장에 임명됐다.

진행·정리 이근영·박기용 기자 kylee@hani.co.kr, 사진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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