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19로 ‘멈춤’ 상태였던 2020년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부르는 온실가스의 대표격인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최대 200년까지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에 바로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지구적으로 탄소 순배출량 ‘0’를 만들겠다고 연이어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서해 태안반도 남쪽에 있는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2019년 2~3월과 지난해 2~3월의 ‘반응가스’ 배출 농도를 비교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주로 화석연료를 연소하면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나 이산화황(SO2), 자동차, 항공기 연료가 연소될 때 생기는 질소산화물(NO),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반응해 생기는 오존(O3)의 평균 농도가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2~3월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산업활동이 전면 제한되기 시작한 시기여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전지구적으로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는 일산화탄소와 산소의 결합작용으로 발생한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 자료를 보면 1~3월을 기준으로 2017년 414.6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8년 418ppm, 2019년 420ppm, 지난해 423.9ppm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가 지난 1월 발표한 결과를 봐도 2003년 이후 전지구적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늘었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빠르게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코로나19는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래도 잠시 인간활동의 감소로 오염물질 배출이 줄었고 그 결과 대기 환경을 맑게 하고 기후변화 속도를 느리게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황같은 반응가스의 대기 체류시간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체류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는 10일에서 최대 1년 대기에 머문다. 이산화황은 일주일 이내, 질소산화물은 최대 일주일이다. 오존은 일주일에서 1개월 가량을 체류한다. 하지만 온실가스류는 더 오래 대기 중에 머문다. 이산화탄소는 적게는 5년, 최대 200년까지도 대기 중에 머문다. 오존층을 파괴해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사용금지하고 있는 염화불화탄소(CFC)-11과 염화불화탄소(CFC)-12 농도가 1990년부터 바로 감소되지 않고 몇년이 지난 후부터 감소 추세로 변했다.
사용이 금지된 1990년대 이후에도 염화불화탄소 11과 12의 농도가 증가하다 수년이 지난 뒤에야 오름세가 꺾였다. 기상청 제공
결국 과학자들은 대기 중 누적되어 장기간 머무는 온실가스의 특성이 기후변화와의 인류의 싸움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도 진정한 탄소순배출량 ‘0’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이미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앞으로 배출량을 크게 감축한다 하더라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조속히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겨울철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후데이터과학자 닐 카예(@Neil Kaye)가 지난 1월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그래픽을 보면, 1850년 이후 약 170년 동안 월평균기온이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851년 이후 1935년과 1936년 이후로 기온 상승의 추세를 구분할 수 있다. 산업화 초기 단계였던 1935년 이전은 기온 상승이 -0.4℃에서 +0.6℃에 그쳤지만 1936년 이후 +0.6℃에서 +1.5℃까지 올랐다. 1950년대 이후 세계화와 무역이 진행되면서 산업화 추세가 확산된 결과였고, 그 결과 170년 중 가장 더웠던 10년 중 8년이 최근 10년 안에 몰려있다고 지적했다.
트렌드 기사를 그래픽을 활용해 쉽게 보여주는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31일 그의 데이터 연구를 포함한 역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그래픽을 공개했는데, 20세기 들어 크게 뛰어오르는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