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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시장 후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알고 있을까

등록 2021-02-26 22:02수정 2021-12-30 15:18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25일 오후 부산신항 한나라호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 관계자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지난 25일 오후 부산신항 한나라호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 관계자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조선일보> 등의 보도와 달리 최근 발간된 빌 게이츠(66)의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원자력 발전 찬양 부분은 극히 일부다. 게이츠가 주로 기술적 해결책에 기대고 개중 원전을 가장 우선순위로 거론한 것은 맞지만, 그가 언급한 ‘원전’은 연구개발 여지가 많이 남은 차세대 모델이다. 그의 메시지를 단지 ‘원전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고 읽는 것은 바보짓에 가깝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가 반드시 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니, 어떻게든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세워서, 그간 인류가 잘해온 첨단기술을 앞세워 하자는 게 핵심이다. 한편에서 지적하듯 불평등 문제를 비롯한 사회제도 변화나 소비 축소, 탈성장 맥락의 해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본인이 누리는 현대 기술문명의 혜택과 부를 이대로 유지한 채 위기를 피해가는 기술적 해결책에 골몰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거부가 된 그의 이력이 사고체계의 근간이기 때문일 테다.

게이츠는 전체 12장으로 구성한 책의 뒤쪽(10~12장)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를 쓰고 있다. 스스로 “기술 찬양론자”라고 밝히며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열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제시한다.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한 수소’, ‘한 계절을 버틸 그리드 스케일 전기 저장 장치’, ‘제로 탄소 시멘트’, ‘제로 탄소 철강’, ‘인공 고기’, ‘탄소 포집’, ‘가뭄과 홍수에 강한 식용 작물’, ‘핵융합’ 같은 것이다. 원전은 ‘차세대 핵분열’로 표현해놨다. 그냥 ‘핵분열’이 아니다. 그러면서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강조한다. 정부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를 독려하며, 시장을 조성하고 기업을 자극하라고 한다. 이런 정부의 중요성에 대해선 한 장(10장)을 할애해놨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발전소와 자동차, 공장이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을 규제하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비용을 명확히 반영하도록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규제를 만들라”고 권한다. 우리나라 현실에 반영하면,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는(기업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비율을 기존 계획(2025년까지 10%로 확대)보다 더 늘려야 한다. 탄소세를 도입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와 여러 보수매체를 비롯한 ‘친원전 세력’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제품이 환경과 인간에 부과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 같은,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비싸게 만들어라”, “정부가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빌 게이츠는 주장한다. 이런 정부 역할과 규제 강화 흐름이 기후위기 대응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이런 얘기는 쏙 빼고 ‘탈원전은 틀렸다’만 반복하고 있나.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한겨레>는 지난해 4월 기후변화팀을 신설하고 7월부터 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수치를 주간 단위로 보도해왔다. 그사이 수치(ppm)는 412.93에서 414.25(지난 21일 기준)로 1.32가 올랐다. 산업화가 시작될 때 280이었던 온실가스 농도는 1986년 350으로, 2013년 400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대로 450을 넘기면 인류의 힘으론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가 초래된다. 이 수치는 산업화 이래 지금까지 멈추거나 줄어든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랬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번 배출되면 몇백년씩 지구 대기 중에 머무는 온실가스를 인류는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어떻게 멈출 것인가. 게이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린 제대로 된 계획을 갖고 있는가.

이런 문제를 가장 앞장서 고민해야 할 정치권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새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십수조원을 들이는 건설 과정에서 10여년 동안 배출될 온실가스는 어찌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미국 도시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평균 20% 적게 집계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누락된 배출량이 캘리포니아주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이었다. 우리나라는 도시별 집계를 위한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 안 해도 되는 일이어서 이따금 지방자치단체가 환경공단이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용역을 줘서 숫자를 알아낸다. 광주광역시 정도가 자치구별 배출량 통계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제대로 파악되고 있을까. 우리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퇴짜를 맞았다. 공항보다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우는 일이 먼저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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