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 지역주민들이 지난해 10월6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공론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 제공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18일 현행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기본 원칙으로 제시된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새로 수정할 계획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향후 검토 과정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위원회 김소영 위원장(카이스트 교수)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관리정책 전반을 총괄할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 등을 포함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재검토위는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19년 5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 △정책결정체계 △영구처분시설 및 중간저장시설 확보 등에 대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서 국가 책임, 국민 안전 최우선 고려, 투명 관리와 함께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을 원전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재검토위가 구성한 전문가 검토그룹은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 측면에서 관리돼야 하므로 ‘원자력 진흥’과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관리 원칙에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재검토위가 공론조사 참여자들에게 ‘국민안전과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한 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는 달랐다. 60.4%가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 원칙을 유지하는데 동의한 것이다.
재검토위는 “조사 결과,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와는 달리 국민 안전과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둘 다 중요한 가치이므로 기본원칙에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며 정부에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소통해 반영 여부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재검토위의 이번 권고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사회계가 공론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과 숙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이뤄진 공론조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탈핵 시민사회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립적 인사들로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한다며 위원회에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하자 전문가 추천을 거부하며 위원회 해체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당시
정정화 위원장이 “공론조사 과정의 공정성, 수용성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퇴를 선언하고 이게 공감한 의원들의 동반 사퇴로 15명이었던 위원이 10명만 남은 상태에서 공론조사가 진행됐다. 또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놓고 진행된 경주 지역 공론조사에서는 조사 모집단에서 1.2:1 꼴이었던 찬반 비율이 검토위가 구성한 시민참여단에서는 7.1:1 꼴로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공론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소영 위원장은 “지역 의견수렴 때 많은 갈등과 그리고 많은 대립이 있었고 조작 논의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학자적 양심을 걸고 절대 조작이 없었다”며 “위원회가 중립적 전문가로 구성되다 보니 위원회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지 못했던 것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고 말했다.
탈핵 시민사회계에서는 재검토위의 권고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에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의 안전보다 핵산업계 이득 보전에만 급급해 맥스터 증설을 위한 들러리로 철저히 악용된 재검토위원회의 재공론화와 그 권고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번 재검토위의 문제점과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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