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 중등 3학년 1반 교실에서 김명랑 선생님이 영어과목 온라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일부터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에 돌입한 가운데, 농인 학생들이 이비에스(EBS)의 수어 온라인수업 준비가 충분치 않고 실시간 원격수업 속도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학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장애 학생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농인 학생들을 위해 이비에스 온라인 강의에 자막을 지원하고 장애인서비스 누리집을 통해 수어로 된 교육 영상 등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날 이비에스 수업 콘텐츠를 확인한 결과, 이날까지도 누리집에는 교과 과정과 상관없는 기초 학습이나 평생교육 분야 외엔 수어로 된 수업자료가 올라오지 않았다. 게다가 모든 이비에스 온라인 강의에 자막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달 23일부터 4주 동안 학기 진도에 맞춰 공개된 ‘라이브 특강’을 비롯한 일부 영상에만 자막이 제공되는데, 그마저도 후반부 영상에는 자막이 올라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농인 학생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소재 농학교에 다니는 이현준(가명·15)군은 “나는 구화(입 모양을 읽는 것)를 할 줄 알아서 자막 없이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수어만 하는 친구들은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강사가 뒤돌아서 말할 땐 자막 중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알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 김철환 활동가도 “농인이 한국어 자막으로 수업을 듣는 건 청인이 영어 자막으로 수업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수어 방송이 준비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원격수업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비장애인 학생들과 달리 농인 학생들은 시각으로 모든 정보를 흡수해야 한다. 서울 농학교 학생인 황건웅(18)군의 어머니 홍미선(52)씨는 “아이가 작은 화면으로 수어, 구화, 판서를 모두 파악하려 하다 보니 쉽게 지친다. 보정구를 착용하고 목소리를 작게나마 들으려 해도 기계음이 섞여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 손충락(18)군의 어머니 김남희(49)씨도 “수어와 구화를 모두 하는 경우, 수어만 하는 경우 등 학생들은 다양한데 원격수업에서 이런 경우를 고루 살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농인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세분된 접근을 강조했다. 농인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김주희 교사는 “적어도 이비에스 영상은 모든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자막과 수어통역 모두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