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가 전 세계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정부가 델타 변이 유행이 심각한 국가를 방역강화국가로 지정해 입국 규모를 조정할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영국과 인도에서 들어올 접종 완료 입국자를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인 격리면제 방안에 대해서도 재평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4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확진자) 유입이 많은 국가는 방역강화국가로 지정해서 격리면제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해 입국 규모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백브리핑에서 “외국의 위험도 평가에 근거해서 직계가족 방문 목적의 자가격리 면제 방안 등 과거 결정했던 부분에 대해 중대한 변동 사유가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영국 등 입국자 ‘격리 면제’ 방침 재검토 지적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국외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직계가족 방문, 중요 사업·학술·공익·인도적 목적의 방문 때에는 2주 동안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접종 인센티브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베타와 감마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등 13개 국가에서 온 입국자는 격리를 면제해주지 않지만,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인도와 영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오는 입국자는 격리를 면제해주는 조처가 전 세계적인 델타 변이 유행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의 코로나19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영국의 신규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률은 98%, 인도는 96.3%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전국민의 30%에 이르는 접종자 대부분이 1차 접종자인데, 1차 접종만으로는 델타 변이에 대해 30% 정도의 예방효과 밖에 없다”며 “델타 변이가 주류가 될 가능성을 예견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도 “국내 유행을 늦추기 위해선 국외 유입을 최대한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이 부분은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델타 변이에 대한 효능이 실제 접종으로 인정된 백신이면, 접종을 완료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음성일 경우 격리를 면제해주는 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방접종 완료로 인정해주는 백신도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승인 백신 7개로 정했는데, 이 가운데 예방효과 논란이 있는 중국 개발 백신 시노팜과 시노백에 대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칠레와 몽골, 바레인, 세이셸 등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으로 50~68%의 높은 접종률을 보인 국가들이 지난주 기준 ‘코로나19 발생 상황이 최악인 10개국’에 포함돼, 이
두 백신의 예방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보도했다. 정기석 교수는 “중국과 우리는 가깝게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하지 않은 백신 접종자를 면제 대상으로 해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과 달리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에 대해선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은경 본부장은 “시노팜, 시노백 백신은 국내 사용 경험이 없어 변이 예방효능 자료가 제한적이라 좀 더 정보를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고위험군은 1차 접종만 받은 상황이라 7월까지는 완전히 보호받는 상황이 아니고, 이스라엘 등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다”며 “단 몇 주만 거리두기 완화를 늦춰도 하반기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이미 일상생활이 거의 다 회복이 되어서, 거리두기 개편안을 연기해도 크게 차이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다만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수도권처럼 이행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500명 정도로 국내 유행은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고, 델타 변이는 10% 수준 밖에 안 돼 아직 우려할 정도의 점유율은 아니라고 평가한다”며 “개편을 연기하면서까지 고도의 사회경제적 비용과 중산층, 서민층,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이행 기간을 적용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총괄적으로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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