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내세요”…할머니의 패에 마음까지 맞춘 ‘방호복 화투’ 간호사

대한간호협회 2차 현장 사진전 출품작
사진 속 주인공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씨
적적해하는 93살 할머니 위해 그림 치료 제안

대한간호협회가 올해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작품. 방호복을 입은 삼육서울병원 이수련 간호사가 90대 할머니과 화투를 활용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간호협회 제공

방호복을 입고 바닥에 앉아 할머니와 화투 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 속 주인공은 서울 동대문구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29)씨로 밝혀졌다.

대한간호협회는 이 사진이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라고 3일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박아무개(93) 할머니는 지난해 8월1일 삼육서울병원 음압병상에 입원했다. 중등도 치매 환자였던 박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감염돼 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고열로 기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은 박 할머니가 병실 침대를 꺼리는 데다 낙상 위험도 있어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이후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었던 간호사 양소연(33)씨가 고령에 홀로 병실에서 적적해하는 박 할머니를 위해 입원 이튿날부터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해 꽃그림을 맞추고, 색연필로 색칠하는 치료였다. 이 과정에서 사진에 찍힌 이수련씨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다”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졸기도 했지만, 이씨 등 간호사 10여명은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식사 챙기기와 기저귀 갈아주기 등의 업무는 쉽지 않았으나, 간호사들은 할머니와 가족 간 영상통화를 주선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입원 기간 코로나19 중등도에서 경증으로 상태가 호전되면서 ‘음성’ 판정을 받고 보름 만에 퇴원했다. 이씨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저도 감염될까 두려운 일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을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