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8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지 28일째, 비수도권에 3단계를 적용한 지 13일째가 됐지만 4차 유행 확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토요일 기준으로 역대 최다 규모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비수도권은 1차 유행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대를 넘어섰다. 이에 이번 주 안에 신규 확진자 수가 2천명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29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토요일 기준 최다 발생이었던 지난달 25일 1487명보다 242명 더 많다. 비수도권에선 703명(국내 발생 1670명 가운데 42.1%)의 확진자가 나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1차 유행 이후 처음으로 700명대를 넘어섰다.
부산시는 이날 145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행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는 10일부터 22일까지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다. 대전에 이어 비수도권 광역시로는 두 번째 4단계 격상이다. 부산시는 이 기간 해운대 등 현재 개장한 모든 해수욕장도 폐장하고, 오후 6시 이후로는 사적모임을 2명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해 이날 오전까지 42명의 돌파감염자가 나왔다. 다만 아직 위중증환자나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말에는 검사건수가 줄어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주 중반보다 300~500명 정도 적은 편이지만, 이날은 역시 검사건수가 줄었음에도 지난주 수~금 사흘 평균 1735명과 비슷한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중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2천명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역대 최다 확진자는 지난달 28일 1895명이었다.
정부는 여름휴가로 인한 이동량 증가, 오랜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 누적,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행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수도권의 확진자 수와 비중이 계속 증가하여 4차 유행이 전국화하고 있다. 휴가지에서 복귀하는 분들의 진단검사 건수가 증가하고, 요양원과 실내체육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다시 확산세로 돌아설 조짐마저 보인다”며 “4차 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위중증 환자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병상과 의료인력 등 의료자원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현행 거리두기 2주 연장을 발표하면서, 고강도 거리두기를 통해 하루 평균 수도권 확진자 수가 800명대로 접어들면 단계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최근 한 주(2~8일) 동안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는 939.1명이다. 하지만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예방효과를 낮추는 델타 변이가 우세변이가 됐고, 이달 28일까지 50대 연령층 등의 1차 접종이 완료된다고 해도 8월 말까지 1차 접종률은 50%, 접종 완료는 3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2주 뒤에도 거리두기 완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거리두기 효과가 최대로 나타나도 수도권은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비수도권은 소폭 증가로 막는 정도가 될 것이다. 델타 변이로 ‘수도권 800명대 안정화’는 매우 어렵고, 그렇게 되더라도 단계를 낮추면 다시 확산할 것이기 때문에 8월 말에서 9월 초에 50대가 1차 접종을 완료할 때까지는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3단계 내용을 보면 사실상 유행을 줄일 만한 강한 조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비수도권 유행을 현 상태에서 더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델타 변이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나 백신 1차 접종률은 이달 말에야 50%를 넘기는 수준이라, 2주 뒤에 수도권 800명대로 안정화하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김규현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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