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4진으로 파견된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전체 부대원의 90%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청해부대 34진의 집단감염은 아프리카 기니만 해역 인접국 현지 항구에 정박했을 때 유입된 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과 군 역학조사단, 의료계 등으로 구성된 민관군 합동조사단은 10일 청해부대 34진의 집단감염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합동조사단은 청해부대의 최초 감염은 지난 6월28일부터 7월1일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해당 부대는 해외 파병 전 2주간의 검역 과정을 완료했고, 바이러스가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시점은 항구 정박 시점밖에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청해부대 34진은 평소 임무지역이던 ㄱ지역에서 ㄹ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ㄴ지역(6월8일)을 경유해, ㄷ지역(6월11~12일) 및 ㄹ지역(6월28일~7월1일)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ㄹ지역은 기니만 해역에 인접한 국가로 청해부대 34진은 이곳에서 군수물자를 적재했다. 조사단은 ㄹ지역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ㄹ지역 정박 이후 유증상자 급증 △정박 당시 외부인 또는 물품과 접촉한 일부 부대원 가운데 평균 잠복기 5∼7일 내 증상 발생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ㄹ지역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동일 계통의 바이러스 확인 등을 꼽았다. 박영준 질병청 역학조사분석담당관은 “유입경로에 있어서는 물품·유류 등의 보급, 폐기물 처리 등의 과정에서 외부인 접촉 또는 오염된 물품 표면접촉 등을 통해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봤지만 어떤 활동으로 인해서 유입됐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원 301명 가운데 확진자가 272명(90.4%)에 달하게 된 이유로는 △함정 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과 24시간 지속적인 공동생활 △전파력이 높은 델타형 변이의 유행 △일반 감기, 장기간 항해로 인한 피로 등과 구분이 어려운 코로나19의 임상 증상으로 인한 환자 발생 인지 지연 등이 추정됐다.
합동조사단은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파병 함정 감염병 유입 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출항 전 승무원에게 예방접종 및 검역을 하고, 정박 업무 때 감염관리를 강화하며, 정박 이후에 주기적인 검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조사단은 함정 내 진단검사 장비 보완, 격리공간 확충과 동선 분리계획 보완, 함정 내 확진자 발생 때 육지 후송체계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 파병됐던 청해부대는 전체 부대원 301명 가운데 90.4%인 272명이 확진됐는데, 이날까지 272명은 위중증 환자 없이 모두 격리치료 해제됐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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