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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 끝’은 없다…고위험군 접종완료까지 거리두기 감내해야

등록 2021-08-16 07:03수정 2021-08-16 09:05

기고②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델타 확산, 백신 접종 지연되며
하루 2000명대 확진자 속출
환자 폭증·의료체계 붕괴 이전에
접종 속도·접종률 최대한 높여야
백신으로 치명률 낮추는 게 공존의 길

9월까지 고통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안정적 ‘위드 코로나’ 위한 것
지난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 지 1년 반이 되었다. 백신의 등장으로 가졌던 희망도 잠시, 올해 여름도 잔인한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다. 유행 이후 최대 규모인 하루 2200명의 확진자가 지난주 발생하였으며, 2000명대라는 낯선 숫자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행 상황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제까지 변이 중에서 가장 전염력이 높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유행 바이러스 대비 약 1.7배 정도의 전파능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라는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확진자를 감소시키지 못하지만 비교적 델타 변이의 전파능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4단계 조치가 발령된 최초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행의 규모를 30~40%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의 인내심이라는 자원을 소모하며 동일한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 4단계 3주차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유행의 20~30%를 줄이는 정도로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효과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델타 변이의 비율은 한 달 동안 급격히 증가하여 사실상 10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주의 급증세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 감소와 델타 변이의 우세화를 넘어선 독점화가 그 원인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 접종까지의 시간을 버는 지연 작전이다. 그러나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 백신 1회 접종률은 10%포인트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랜 감염병의 범유행 속에서 이제는 코로나19와의 공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의 높은 기초감염재생산지수로 인해 특정 퍼센티지의 접종률을 달성하여 집단면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어려워졌으며, 급증하는 확진자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 백신 접종으로 인해 코로나19의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의 가장 큰 우려는 백신 접종 뒤 돌파감염이다. 돌파감염은 과학적으로는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는 100%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돌파감염의 사례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돌파감염에 대한 이해와 소통 없이는 백신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기 어렵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는 평균적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90%의 감염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집단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집단행사와 밀집된 환경에 접할 경우 백신의 효과는 더욱더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이 집중된 요양원, 요양병원에서는 돌파감염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백신의 효과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2회 접종을 기준으로 백신은 감염을 8분의 1로 줄여주고, 입원과 사망을 25분의 1로 감소시킨다. 또한 백신은 돌파감염되더라도 타인을 감염시키는 확률을 줄여줄 수 있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확산 탓에 백신의 효과만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워졌다.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최소한 5 이상으로 평가된다. 확진자 한 명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5명의 새로운 확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80% 이상의 면역수준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접종률의 목표를 전체 인구의 70%로 제시하는 상황에서 백신만으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마치 수두가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는 코로나19의 높은 치명률을 최소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아지면 치명률이 감소한다는 주장은 상식처럼 여겨지나, 이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일부 바이러스에서 수십년 단위에서는 그런 현상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진화는 단순히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작용하며 치명률에 있어서는 목적성이 없다. 따라서 전파력이 극도로 높고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그대로 유지되는 델타 변이는 매우 위험하다. 또 델타 변이에서 백신 1회 접종의 효과는 큰 폭으로 감소하며, 2회 접종이 완료되더라도 감염예방 효과는 평균적으로 10%포인트 감소한다. 다만 백신의 사망과 중환자 예방효과는 거의 100%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이제는 코로나19의 종식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빠른 백신 접종으로 인류가 승리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제 없다. 올해 2월 발표한 전 국민 70%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해 코로나 19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는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말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코로나19는 매우 특별한 감염병이다. 새롭게 등장한 감염병이며, 높은 전파능력을 가지면서도 노인, 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종식의 첫걸음은 코로나19를 점차 특별하지 않은 감염병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다. 백신 접종은 집단 전체의 면역수준을 높여주며, 코로나의 감염력을 감소시키고, 치명률을 극도로 낮춰줄 수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 19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지만 최대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두와 홍역은 매우 높은 전염력에도 불구하고 인류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치명률이 감당 가능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50살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완료가 이루어진다면 코로나19는 비교적 평범한 감염병이 될 수 있다. 또 치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환자의 폭증으로 인한 의료체계의 붕괴이다. 백신 접종은 중환자의 발생도 억제하여 병원과 의료진에게 버틸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

결국 위드 코로나 또는 코로나19와의 공존은 백신 접종이 유일한 수단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속도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백신 공급 불안과 백신 수용성이다. 백신 접종 의사가 있는 국민에게는 당장 물량이 부족하고, 일부 국민은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 당장은 백신을 통한 위드 코로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소한 고위험군의 2차 접종과 전체적인 접종률이 높아지기 전까지는 단기적 방역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들은 언론에 의해 각기 다르게 포장되어 그 차이가 심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오히려 하나로 모이고 있으며, 거시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은 백신이다. 하지만 그 이행 시기와 조건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급격한 변화와 방역완화는 한달 전 시작된 4차 대유행처럼 큰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최소한 고위험군의 접종이 완료되는 9월까지는 고통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정적인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책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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