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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전면 등교부터 상점 개방까지…‘위드 코로나’로 간 영국

등록 2021-08-20 05:00수정 2021-08-20 11:10

‘4단계 봉쇄 해제 로드맵’ 보니
전면 봉쇄 장기화·피해 누적되자
6개월 걸친 ‘4단계 방역 완화’ 제시

안전 확신·의료체계 지속 전제로
‘대면교육 복귀’부터 점진적 이행

델타 변이 등 최종 단계 변수에도
백신 접종 ‘사망·중증 방지’ 중점
집단면역보다 ‘새 일상 전환’ 선택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팬들이 14일(현지시각)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서 마스크 착용 없이 응원전을 하고 있다. 노리치/AFP 연합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팬들이 14일(현지시각)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서 마스크 착용 없이 응원전을 하고 있다. 노리치/AFP 연합뉴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새 일상’이란 무엇일까. 고강도 거리두기를 마냥 지속할 수는 없는데,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도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이들에게 생애 처음이었듯, 이른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의 공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다. 각 사회의 의료, 경제, 문화 등 여건도 서로 달라 모방이 능사도 아니다. 다만 실마리를 얻는 차원에서, 올 3월부터 본격화한 영국의 ‘4단계 봉쇄 해제 로드맵’ 시행 과정을 살펴봤다.

접종완료율 0.95%일 때 출구전략 ‘청사진’

모두가 집 안에 머물러야 했던 ‘봉쇄’에서, 각 학교의 문이 열리고(1단계), 실내외 사적 모임 제한이 풀려가고(2~3단계), 모든 식당과 상점 운영이 재개(4단계)되기까지 영국은 6개월이나 되는 점진적 이행기간을 거쳤다.

눈에 띄는 점은 영국 정부가 이런 방역 완화 청사진을 제시한 2월22일은 접종 완료자가 인구의 0.95%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봉쇄에 들어갔던 1월 한때 하루 6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하루 1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때였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봉쇄 장기화가 끼친 종합적 피해를 발표하며 ‘방역 완화’의 시동을 걸었다.

4단계로 구성된 로드맵에서 단계 간격은 최소 5주로 설정됐다. 각 단계에서 백신 접종률, 바이러스 유행 정도, 치명률 등을 분석한 뒤 “안전하다고 확신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었다. “의료대응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태롭게 하는 감염 확산은 감수하지 않는다”는 전제도 설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1단계에 들어가며 올해 3월8일 처음 문을 연 곳은 전국의 각급 학교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만 대면 교육을 제한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현재 대면 교육으로의 복귀는 국가적 최우선 순위다”라고 밝혔다. 대신 중등학교 이상 학생들은 주 2회 집에서 신속 검사를 받도록 했고, 교실 내 마스크 착용은 계속 권고했다. 3월29일에는 6명까지 또는 두 가구가 함께 실외에서 만나는 것이 허용됐다.

2단계는 4월12일 시행됐다.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자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보고서를 내어 “백신이 사망 감소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입원과 사망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의료체계에 부담이 갈 정도로 감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전 국민 재택근무와 모임 인원 제한(실외 6인까지)은 유지하되 식당은 실외 테이블 운영만 허용하고, 미용실 등 비필수 소매점 운영도 재개했다. 당시 접종 완료율은 11.6%, 하루 평균 확진자는 1667명이었다. 현재 한국 상황(19일 0시 기준 접종 완료율 21.1%, 하루 평균 확진자 1745명)보다 나아 보이지만, 규제 강도는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보다 높았던 것이다.

5월17일 3단계에 이르러 영국에서는 실내에서 6명까지, 실외에서 30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졌다. 실외뿐 아니라 실내 식당과 술집 테이블도 영업이 재개됐다. 공연장·스포츠 경기장 관중 인원 제한은 실내 1천명까지, 실외는 4천명 또는 절반까지로 완화됐다. 확진자수는 외려 하루 2천명대로 약간 늘어난 상황이었지만, 2월 한때 3.3%대까지 치솟았던 치명률이 0.52%로 낮아진 점이 단계 이행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확진자 하루 4만명대에도 치명률 낮자 방역규제 해제

그러나 4단계 이행은 쉽지 않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영국 내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대한 위험을 더 파악할 때까지 단계 이행을 기다리라고 정부에 조언했다. 이에 따라 6월21일로 예정됐던 4단계 이행이 일단 중단됐다. 그 사이 영국 정부는 델타 변이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7월1일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발간한 ‘26주차 코로나19 백신 감시 보고서’를 보면, 접종 완료시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는 알파 변이엔 평균 89%에서 델타 변이엔 평균 79%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1차 접종시 예방효과는 49%에서 35%로 감소폭이 더 컸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주목한 것은 백신의 ‘사망·중증 방지효과’였다. 1차 접종시 알파 78%에서 델타 80%로, 2차 접종시 93%에서 96%로 사망·중증 방지효과는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7월19일 영국은 마지막 4단계로 이행했다. 모든 모임 제한과 나이트클럽을 포함한 시설 영업제한이 해제됐고, 심지어 마스크 착용도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대중교통 등 혼잡한 실내에서의 착용은 강력히 권고된다. 4단계 이행 당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것을 배울 때가 되었으므로 방역 조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각자의 상식에 맡긴다”며 “날씨가 따뜻하고 방학이 시작된 지금이 아니면 영영 규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안팎의 1200명 과학자들은 “영국 정부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비판 서한을 내놓는 등 사회적 논란도 뒤따랐다.

4단계가 시행되고 한달이 된 현재 영국에선 거의 모든 ‘법적 제도적’ 방역 규제가 사라져 있다. 영국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문서에는 대체로 강력한 권고 성격의 표현(should)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유독 강한 어조(must)와 함께 ‘의무’로 남겨놓은 규칙도 있다. “사업장은 자가 격리 중인 노동자나 몸이 좋지 않은 노동자를 직장에 출근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또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 진단(PCR) 검사를 받을 것, 양성 판정이 나오면 예방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열흘 동안 집에서 스스로 격리해야 하는 점도 이전과 같다. 영국 정부는 “검사, 추적, 격리 체계는 최소한 올 가을이나 겨울까지는 유지될 것”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수가 다시 하루 3만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17일 기준 1주간 치명률은 0.35%로, 4단계 이행일 0.15%보다 올라있다. 그러나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 장관은 지난 6일 <스카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만 생각하며 살 수 없다.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와 경제난, 교육 차질 등도 고려해야 한다. 어느 순간 백신이 통하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상황이 진짜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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