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26일 밤 10시,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1층에서 간호사들이 상태가 다소 호전된 코로나19 환자를 2층으로 옮기려고 부축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이지원(가명·38)씨는 임신 8개월째 만삭이었던 지난해 12월24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고열은커녕 경미한 증상조차 없었고, 산모와 아이 모두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코로나19 전담병원 1인실에 격리돼 열흘을 보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낯선 공간에서의 고립감과 불안감이었다. 이씨는 거의 모든 시간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하며 심리적 안정을 취했다.
“전국적으로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난리였던 때였는데, 멀쩡한 제가 병원 1인실을 쓰고 있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얼굴 한번 뵌 적이 없고 전화로만 열 몇도냐, 괜찮냐고 물어보신 정도였어요. 간호사 선생님의 일은 병실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밥 배달을 해주면서 잠깐씩 말동무해주는 것이었고요. 저는 정말로 돌봐줄 것이 없는 안 아픈 환자였거든요. 남편과 둘이서만 사는데, 왜 자가격리 중인 남편 옆방에 격리돼 있으면 안 되는 것인지 갑갑하더라고요.”
실제 ‘아픈 정도’와 무관하게 모든 확진자가 격리·입원되는 체계에서 고난을 겪는 것은 확진자들뿐이 아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들 역시 별반 아프지 않은 환자들까지 수용하느라 늘 과부하에 시달렸다. 격리해제(퇴원) 요건이 엄격했던 사태 초기엔 특히 문제가 심각했다. 지금은 유증상자의 경우 증상 발현 10일 뒤, 무증상자는 확진되고 10일 뒤에 격리가 해제된다. 그러나 지난해 6월까지는 ‘24시간 간격 유전자 증폭 검사 2번 연속 음성 판정’이 나와야 격리 해제가 가능했다. 유전자 증폭 검사는 워낙 민감도가 높아 수명이 다한 바이러스 조각까지 검출해 양성 판정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점이 간과되면서 불필요한 병상·의료진 수요가 누적됐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이 지금까지 누적된 코로나19 환자 역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통상 5일째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일과 그 전날에 타인에게 전파를 가장 많이 시키며, 이후부터는 전파 빈도가 줄어들다가 증상 발생일로부터 5일이 지나면 타인에게 전파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의 경우 증상이 생겨 격리되기까지 통상 4일이 걸리므로, 사실상 격리·입원 조처가 의미 있는 기간은 만 하루 정도에 그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를 위해 전국 대다수 공공병원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은 지나친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지환 센터장은 “불필요한 입원은 막고, 꼭 입원이 필요한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병상 운용과 역학조사를 고위험군에 초점을 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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