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천명 이상 나오는 등 확산세가 다시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 대규모 이동 여파가 이번 주 중반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확산세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11월로 계획했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383명 늘어 누적 30만3553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2770명)보다 확진자가 387명 줄었으나 확산세가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요일 확진자(월요일 발표)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이날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모두 3809만1953명(전체 인구 74.2%), 접종완료자는 2323만7917명(45.3%)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촉구하는 기저에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극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깔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예약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접종자의 예약률이 낮아 11월 이후에도 접종완료율은 (전 국민 대비) 80%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백신의 평균 감염예방 효과가 80%라고 하면 전 국민 면역수준은 64%(접종완료율×감염예방 효과)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어 “집단면역에 전 국민 83%의 면역수준이 필요함을 고려하면, 인구의 19%가 추가로 감염되어 면역을 얻어야 한다. 인구의 19%(1천만명가량)가 추가로 감염돼 면역력을 얻으려면 매일 3천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1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등이 개발되면 확진자 수가 늘더라도 의료체계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백신 접종과 감염에 따른 면역 형성 등 집단면역 전략으로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접종을 마친 고령 인구에서 ‘돌파 감염’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6월 넷째 주(6월 20일∼26일) 123명에 그쳤던 70살 이상 확진자 수가 9월 넷째 주(9월 19∼25일)에는 84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확진자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접종률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크다. 이에 방역당국은 27일 오후 “고위험군인 60살 이상 인구의 1차 접종률이 91.7%, 접종완료율이 86.8%로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하면서 추가접종(부스터 샷)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추가접종은 백신 접종의 효과 감소를 막는 수단이지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집단면역으로) 보호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 환자 수’가 더 중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건 상수가 됐다. 다만 확진자 수가 늘어도 위중증 환자로 가는 비율과 치명률은 접종 이전보다 훨씬 낮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3천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 발생을 상수로 두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추석 연휴 효과로 인해 확진자 수는 더 증가할 것이고, 어느 정도까지 증가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확진자 수보다는 위중증 환자의 수가 얼마나 증가하느냐에 따라 대책과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70대 이상 노인 가운데 돌파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 중에 위중증 환자가 늘지 않는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확진자가 늘더라도 위중증 환자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경증·무증상 확진자만 감당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으나, 위중증 환자 수는 300명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27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319명으로 전날(320명)보다 1명 줄었다. 질병청은 전국에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976개 확보하고 있고 이 가운데 493개 병상에 추가 입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방역당국도 위중증 환자 수와 치명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백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엔 확진자 수가 1천명 안팎으로 나오면서 한 달 동안 716명이 목숨을 잃어 2.7%의 치명률을 보였지만, 지난 8월은 2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사망자가 184명, 0.35%의 치명률을 보였다”며 “다만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1∼2주의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가 늘어) 의료체계 압박이 심해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9월 들어서는 27일까지 164명이 숨졌고, 치명률은 0.33%로 집계되고 있다.
경기도 제2호 특별생활치료센터(재택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로 운영되는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병상의 모습. 경기도청 제공
높은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우세변이화 등으로 확진자 수 증가가 이미 예측됐기 때문에 무증상·경증 환자의 입원 비율을 줄이기 위해 재택치료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꾸준히 나왔으나 정부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재택치료 확대, 치료 병상·인력 보충, 환자 추적 관리체계 정비 등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결국 우리는 ‘위드 코로나’로 갈 수 밖에 없는데 확진자 수가 늘면 정치적으로 공격받게 되니 비판받지 않으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피할 수 없고 선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은 특별한 게 아니고 우리가 늦게 시작한다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추석 연휴 때 확진자 상황이 좋지 않아도 방역을 완화한 것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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