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후보자, 딸 ‘위장전입’ 의혹…300미터 앞 처가로 왜?

2006년 한달 새 자택→처가→자택 전입신고
조규홍 후보자 쪽 “자녀 교우관계 어려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한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이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제33회 전국사회복지대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인 2006년 처가로 전입 신고를 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원래 집으로 전입 신고를 한 것이 확인되면서 딸의 중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겨레>가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의 딸은 지난 2006년 3월28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의 아파트에서 같은 구에 있는 호계동의 아파트로 전입 신고를 했다. 전입 신고를 한 아파트는 조 후보자의 처가다. 이후 같은 해 11월15일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이틀 뒤인 11월17일 조 후보자가 딸에 이어 호계동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2월20일 후보자와 배우자, 딸 모두 다시 원래 살던 평촌동 아파트로 주소지를 또 한 번 옮겼다.

조 후보자의 가족이 수차례 전입 신고를 한 2006년 당시 후보자 딸의 나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살이었다. 원래 후보자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와 처가가 있던 아파트의 거리는 도보로 15분 거리인 945m(직선거리 331m)로 1km도 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지만, 두 아파트에서 배정받는 중학교는 다르다. 조 후보자의 아파트 주소지에선 평촌중학교를, 처가에선 범계중학교를 배정받게 된다. 특히, 후보자와 배우자가 주소를 옮긴 시점은 통상 학교 입학 원서를 접수하는 11월 말에서 12월 초를 앞둔 시기였다. 딸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원하는 중학교에 보내려고 처가에 ‘위장전입’을 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본인 집으로 옮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조 후보자 가족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정호영, 김승희 후보자에 이어 고르고 고른 인물이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후보”라며 “이를 검증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인지 아니면 검증 능력이 되지 않는 건지, 윤석열 정부 인사검증시스템의 잣대와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쪽은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후보자 자녀는 초등학교 시절 주변 학생들과 교우 관계로 인해 학교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며 “자녀가 다른 학교에 입학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 실제 돌봐주신 외할머니가 계신 도로 건너편의 외할아버지 집에 거주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녀가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입학할 가능성이 높았던 중학교와 실제 입학한 중학교는 모두 평판이 좋은 학교였다”며 “두 학교는 고등학교 입학에 있어 동일 학군에 속하기 때문에 특정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목적이 결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권지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