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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내 진료 기록도?…‘환자 정보’ 풀어 바이오산업 키운다는 정부

등록 2023-02-28 18:01수정 2023-03-01 02:45

복지부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발표
윤 대통령 “바이오헬스 ‘제2 반도체’로 육성”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환자 건강정보를 연구개발 등에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자 진료기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해 기술개발에 활용하겠다는 건데, 민감한 개인정보인 건강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에는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등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늘리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1년 86억달러(약 11조4000억원)였던 의료기기 수출액을 2027년엔 160억달러(약 21조2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지키고 동시에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기관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한 곳으로 모아 환자가 동의할 경우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복지부는 오는 6월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도입해 각 병·의원에 분산된 진료 기록 등을 환자 요구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이나 헬스케어 기업 등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요양기관 등 다른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에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각 기관이 이용자의 건강상태 등을 파악해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의 신기술 개발 등에도 쓰일 수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다만 현재는 병·의원이 다른 의료기관이 아닌 기업 등에 환자 건강정보를 넘길 수 없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기록·소견 등을 전송할 수 있는 대상을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아닌 제3자도 정보주체 동의 하에 건강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끔 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명정보화, 비식별화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헬스케어법’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의료분야 빅데이터를 산업계에 연구 목적 등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들 기관은 건보 가입자들의 건강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진료·처방 내역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이름·성별·연령 등 개인을 식별할 만한 정보를 제거(비식별화)해 민간에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민간 보험사의 보험상품 개발 등을 위해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올 하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지원하는 1조원 규모의 케이(K)-바이오백신 펀드를 2025년까지 조성하고,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등의 디지털치료기기가 시장에 원활히 도입될 수 있게 이들 기기에 대한 건보 적용 기준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개인 건강정보가 과도하게 개방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 동의를 받아 정보를 제3자에게 넘긴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다시 제3자에게 제공되거나 가공될 때 어떻게 할지 기준과 안전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민간 보험사 등에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이들 정보가 비식별화 돼 별도의 동의절차 없이 외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자의 유전체나 희귀질환 내역 등은 비식별화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지난 2020년 9월 낸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에서 “유전체 정보는 부모·조상 등의 제3자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어 가명처리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특정 자치구에 1, 2명꼴로 드문 희귀질환을 앓는 사람은 (이름 등을) 비식별화 한다고 해도 질병정보만으로 쉽게 식별될 수 있다. 특히 건보 데이터는 직장·소득 등 다양한 정보가 더해져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서도 “내가 제공한 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언제든 열람할 수 있고, 제공 동의를 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정보주체 의사와 무관하게 데이터가 상품화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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