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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다음 팬데믹 대비하려면… “3600개 중증병상 상시 확보를”

등록 2023-03-17 17:25수정 2023-03-17 18:29

국회 토론회서 감염내과 전문의들 제안
2021년 9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음압격리병동에서 중증환자를 돌보는 모습. 김진수 선임기자
2021년 9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음압격리병동에서 중증환자를 돌보는 모습. 김진수 선임기자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려면 전국적으로 3600개 이상의 중증환자 병상이 필요하다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분석이 나왔다. 상급종합병원 등의 중환자실 병상을 30% 정도 늘려 평소에도 감염병 전담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연 ‘미래감염병 대비 의료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의 전파력·중증화율을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감염병 유행 때 전국에서 5만2000개의 (감염병 전담) 병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중증환자 병상은 3600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인 지난해 3·4월 정부는 최대 3만3000여개의 코로나19 전담 병상을 지정한 바 있다.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안팎으로 줄어든 16일 기준 442개의 전담 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정부 지정 전담 병상을 포함한 전국 의료기관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는 하루 평균 7만7000명에 달했다. 이 중 1만3998명이 중증 환자였다. 델타 변이가 유행한 2021년 12월에는 전국 전담 병상의 68.3%, 중증환자 병상의 78.0%가 환자로 차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김 센터장은 “경증 병상에 비해 중증 병상의 확보 여지가 낮았다. 지역 간 병상 확보 격차도 커 지역·권역 간 입원 연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평소에도 대형병원의 중환자실 일부를 감염병 치료 전용으로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감염병 발생 이후 정부가 전담 병상을 지정·동원하지 말고 평소에 병상을 확보해 확진자 증가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상급종합병원이나 국립대학병원은 평상시 중환자의 최대 수용 인원보다 30% 정도의 여유 병상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운영비·인건비는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 이들 의료기관의 중환자실은 기본적으로 1인실 형태로 만들어, 별도의 격리 병동을 만들지 않아도 언제든 탄력적으로 (감염병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2021년 보건복지부는 2027년 서울 중구에 신축될 중앙의료원에 150병상 규모의 중앙감염병병원을 함께 짓기 위한 사업비를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지만, 최근 기재부는 134병상 규모 사업비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엄중식 교수는 “격리병상의 30%만 중환자 병상으로 지정됐는데, 전 병상이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팬데믹으로) 중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병상에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장비와 자원이 비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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