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월 정부의 이태원 참사 의료비 지원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로 400명이 넘는 사람이 신체·정신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의료진 검토·심의를 거쳐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후유증 치료가 계속될 수 있도록 실태 조사 등을 통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이태원 참사 사상자 의료비 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29일부터 2월23일까지 이뤄진 의료비 지원 건수는 439건이다. 월별 지원 건수는 지난해 10월 171건, 11월 208건, 12월 52건, 올해 1월 5건, 2월 3건 등이다. 사고 직후 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참사 당일 현장에 있던 사상자와 가족(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구호활동 참여자 등의 진료비를 대납해주는 ‘이태원 사고 관련 사상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벌여 왔다. 의료기관에 ‘의료비 대납 신청서’ 등 서류를 제출하면, 의료기관이 대상자 여부 조회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용을 전액 청구하는 식이다. 의료비 지원 기간은 참사 발생일로부터 6개월인 4월28일까지로, 앞으로 추가 지원 여부는 의료진 검토·심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렇게 정부 지원으로 신체·정신적 질병 및 후유증 진료를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이 이달 16일 기준 264명이라고 밝혔다.
진료 내역을 보면, 10명 중 7명은 근골격계 증상과 외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골절·탈구·염좌·근육손상 등 근골격계 증상이 173건(39.4%)으로 가장 많았고, 외부 압력 등에 의한 외상·손상 등이 126건(28.7%)으로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우울·불안 등의 증상도 43건(9.8%)에 달했으며, 신경 손상 35건(8.0%), 심장·호흡·흉곽 29건(6.6%), 피부·비뇨계통 6건(1.4%)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참사 뒤 일상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 시간 소요되는 만큼, 의료비 지원 정책 변경에 앞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행안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9∼2022년 산불·태풍·홍수 등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국가중대재난 피해자들을 조사한 ‘2022년도 재난피해 회복수준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상해·질병 등 신체적 피해자 43.7%(167명 중 73명)와 정신적 피해자 58.7%(1030명 중 604명)가 ‘모두 회복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모두 회복됐다’고 답한 이들도 신체적 피해자 46.3%와 정신적 피해자 48.6%는 6개월∼2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김덕진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재활이나 정신적인 치료를 받기에 6개월은 너무 짧다”며 “실제 계속 치료가 필요한 분이 얼마나 될지 확인해야 하는데, 시민대책회의 차원에선 정확히 몇분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중증이었던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치료를 하고, 후유증이 심한 사람들도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실태조사를 해서 추가로 치료비가 든다면 건강보험이 아닌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같은 사고를 당했어도 신체적 손상 정도가 심하면 피티에스디(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당장 정신의학 진료 건수가 적다고) 정신적 충격이 적다고 볼 순 없다”며 “신체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정신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피해자의 신체·정신·사회적 변화를 꾸준히 추적 관찰하고, 주치의 제도 마련 등 피해자 중심 의료 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완치 때까지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질병·후유증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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