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안(추진방안)’을 보면, 그동안 수요는 많았지만 인력이 부족했던 가정 방문형 아이돌봄서비스를 2027년까지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서비스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담겨있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정 내 양육지원’ 강화를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대상을 지난해 7만8천 가구에서 오는 2027년까지 23만4천 가구로 3배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일시적으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맞벌이 또는 한부모 가구, 차상위 계층 등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가 가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늘려 이용 아동수도 2022년 2만명에서 2027년 6만명까지 3배 늘릴 계획이다. 시간제보육 서비스는 가정에서 생후 3개월~만12살 이하 자녀를 돌보는 부모가 병원 이용, 단시간 근로 등으로 일시적 보육 지원이 필요한 경우 지정된 기관에서 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용시간만큼 보육료를 지불하는 제도다. 최근 부족해진 어린이집 0살 반 개설을 늘리기 위해, 정원이 미달한 0살 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신을 준비하는 부모에게 필요한 부인과 초음파나 난소기능 검사, 정액검사 등을 위해 여성 10만원·남성 5만원 지원 계획도 내놨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별로 일부 산전 검사비용을 지원하긴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검사 비용을 주는 건 처음이다. 각 지자체와 협의해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낮추고, 현재 1년에 3일(유급 1일)인 난임 휴가도 6일(유급 2일)로 연장할 계획이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이 입원진료 때 내야 하는 환자 본인부담금 비율을 현재 5%에서 0%로 없애기로 했다.
아이돌봄 서비스 대상 목표는 ‘3배’로 명확하게 제시한 반면, 아이돌보미 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 외에 어떻게 돌봄 서비스 질을 높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이번 저출산(저출생) 대책에 담기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아이 돌보미들의 시간당 임금은 9630원으로 법정 최저시급(9620원)과 견줘 10원 높은 수준에 그친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지만, 계약이 부모와 돌보미 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처우나 서비스 질 관리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불안정하다”며 “사회서비스원 등 공공기관에서 아이돌보미를 고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선 공공보육 인프라와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란 제언도 나온다. 최영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저소득 가정의 경우 집보다 어린이집 등 환경이 더 나은 곳에서 돌봄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공 보육시설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며 “육아휴직 제도를 탄탄하게 만들어 부모가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아이돌봄 인력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 개발,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도 도입 등 별도 대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이 난임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170만원의 비용을 들여 한 차례 인공수정 시술을 받은 직장인 한아무개씨(33)는 “지자체 보건소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산전검사는 예약이 2개월 밀려있고, 산전검사는 초음파 외에도 나팔관조영술 등 난소기능 추가 검사 비용만 30만원이 넘게 드는데 15만원 지원은 생색내기로밖에 안 보인다”며 “산전검사 이후 비용 부담이 큰 배아 동결 등 금액 지원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정부가 서둘려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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