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 직원들이 28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견된 전북 익산시 황등면 죽촌리 최아무개씨의 양계농가에 대한 방역작업을 펼치는 것을 주인 최씨가 바라보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들지 않고 또 발병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지난 2003년처럼 조류 인플루엔자가 몇 달 걸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첫 발병 농장에서 옮겨왔나?=농림부는 28일 확인된 전국 익산 황등면 종계 농가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병한 인근 함열읍 종계 농장에서 전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병 시점이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나 바이러스가 동시에 침투했을 가능성은 적고, 두 농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모두 23번 지방국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특히 두 농장이 같은 차량을 통해 왕겨를 공급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첫번째 발병 농가에서 닭이 처음 죽은 19일부터 신고가 접수된 22일까지 방역 공백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바이러스가 옮겨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말~2004년 초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19건 가운데 11건도 이동 차량 등을 통해 전염됐다.
앞으로 추가 확산 여부는 첫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지름 10㎞인 경계지역 안에서 상황을 끝낼 수 있는냐에 달렸다. 경계지역을 넘어 추가 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2003년처럼 전국적 확산을 각오해야 한다. 김창섭 과장은 “아직 본격 확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첫 발생 농장과 같은 부화장을 사용한 다른 지역 농장 명단을 입수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한 만큼 닭·오리 등의 살처분 범위도 위험지역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위기로 볼 때, 29일 가축방역협의회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병한 두 농장으로부터 각각 반지름 3㎞까지 살처분하기로 결정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혈액원 헌혈 중단=황등면의 발병 농가 최아무개(43)씨는 “28일 아침 400여마리가 죽어나갔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고 참담한 심정으로 폐사한 닭을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최씨 농가의 주변 반지름 500m 안에는 닭사육 농가가 없고, 인근 마을의 노아무개씨가 돼지와 소 18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 농가 주변 3㎞ 안에는 농가 24곳에 닭 70여만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살처분 규모가 확대되면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말미암은 전염 가능성을 미리 막기 위해 이날부터 헌혈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혜련(42) 전북혈액원 홍보 담당은 “단체 헌혈이 힘든 방학에 들어가는 12월부터는 ‘혈액 대란’이 예상되는데,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엎친 데 덮친’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악몽 우려하는 업계=닭고기 가공업계와 치킨 외식업계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2003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닭 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차분하게 대응해 온 소비자들이 추가 발생 소식에 닭고기 소비를 중단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 뒤 닭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수헌 윤영미 기자, 익산/박임근 기자 minerva@hani.co.kr
2003년 악몽 우려하는 업계=닭고기 가공업계와 치킨 외식업계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2003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닭 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차분하게 대응해 온 소비자들이 추가 발생 소식에 닭고기 소비를 중단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 뒤 닭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수헌 윤영미 기자, 익산/박임근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