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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 전염 공식 ‘한국’에서 줄줄이 깨졌다

등록 2015-06-09 18:56수정 2015-06-09 21:44

한산한 서울 도심 9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빈자리가 많은 2층짜리 서울시티투어버스가 한산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산한 서울 도심 9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빈자리가 많은 2층짜리 서울시티투어버스가 한산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밀접접촉 ‘2m 이내 1시간’ ‘잠복기 최대 2주’ 등 모두 엇나가
접촉 10분·최장 18일 뒤에도 발병…‘수퍼 전파’ 시기도 달라
외국 사례 의존 방역 실패…한국 자료 토대 방역대책 세워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밀접 접촉 범위와 잠복기 등 학계에 보고된 내용들이 한국 상황과는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정보를 면밀하게 재검토해 방역 대책을 세우고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6번째 확진 환자(71·사망)와 10분 정도 접촉한 청원경찰(27·92번째 환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대책본부가 방역 대책 때 세운 ‘환자와 1시간 이상 접촉 때 감염’이라는 설정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35)한테 감염된 35번 환자(의사)도 응급실에 40분도 머물지 않았음에도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에 대해 정은경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환자의 증세가 심해 바이러스를 많이 분비하는 시기에는 근접 거리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비말(콧물·침 등)로 전염돼 전파력이 약하다’며 ‘2m 이내’를 밀접 접촉 범위로 설정한 것은 이미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병실 밖 2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렀을 때 접촉한 사람들의 범위를 좁게 잡아 환자와 가까이 있지 않았던 35번 환자(38·삼성서울병원 의사)가 고열 증세가 나타날 때까지 격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실과 맞지 않는 방역범위 설정을 기민하게 수정해 전달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대책본부는 또 외국의 사례 등을 근거로 메르스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2~14일이라고 발표해왔다. 이를 근거로 삼성서울병원 관련 발병 사태가 잠복기 14일이 지나는 12일께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최대 잠복기 14일이 끝난 지난달 31일 이후에도 환자 3명의 증세가 발현했다. 가장 길게는 18일 뒤에도 발병한 사례가 있다. 대책본부는 아직도 잠복기 14일을 환자의 완치나 감염 의심환자의 발병 여부 등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들의 감염력이 가장 높아지는 ‘슈퍼전파’ 시기에 대해서 대책본부는 “발병 뒤 5일에서 7일 사이에 기침·재채기를 할 때 바이러스양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6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4일 발병한 지 이틀 만인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들러 청원경찰과 가족(사위·47·88번 환자)에게 메르스를 전파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기관 내부는 병원 밖 지역사회와 조건이 다를 수 있음에도 밀접 접촉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잡았던 것이 방역 실패의 원인이었다. 잠복기도 외국의 역학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한국 자료를 토대로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본부는 이날 “메르스 확진 환자가 8명 추가돼 모두 95명으로 늘어나고 사망자도 1명 더 발생했다. 추가 발생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3명,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2명,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2명,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1명 등”이라고 밝혔다. 환자 1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또 이날 확진 환자들이 경유한 것으로 드러난 전북 김제 우석병원 등 6개 병원을 추가로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메르스 차단의 최대 고비가 6월 중순까지라고 한다. 정부와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합심해 총력 대응해 나간다면 메르스를 이른 시일 안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를 열어 “현 상황은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단계지만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심각’ 단계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석진환 기자 kylee@hani.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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