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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에 맞선 사람들…‘격리병동’ 자원한 수간호사·농사 팔 걷은 순창 공무원

등록 2015-06-10 21:56수정 2015-06-11 10:30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본 뒤 병실을 나서고 있다. 음압병실은 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 밖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본 뒤 병실을 나서고 있다. 음압병실은 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 밖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역 실패’ 메우는 현장 의료진·일선 공무원들의 헌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방역체계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타적 개인’들이 시스템 실패를 메우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답답함을 토로하는 국민이 늘어가는 터에 일부 병원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헌신이 알려지면서 시민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피하지 않을 것이며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인천 인하대병원 김영모 원장이 병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2일 경기도 평택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 1명을 인계해 치료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숱한 문의에 시달리고 내원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이런 조처를 놓고 병원 안팎에서 여러 말들이 오가 의료진이 곤혹스러워하자 김 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원장은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우리 병원에는 고전염성 질환 환자를 완전 격리할 수 있는 음압병실이 있다. 세계적으로 음압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서 감염이 확산된 사례는 없다”며 “위상에 걸맞은 신뢰를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하대병원, 지역거점 기관 자처
“대학병원 역할·봉사 피하지 말자”

100여명 격리된 대전 대청병원
수간호사들 교대로 돌보미 전담

마을 통째 고립된 전북 순창선
군청·농협 직원들 농사일 팔 걷어

인하대병원은 10일 정부가 발표한 ‘지역거점 의료기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일부 의료기관이 ‘우리 병원에는 메르스 확진·의심 환자가 없다’는 펼침막까지 내걸고 ‘영업’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격리병상에 입원한 확진 환자는 치료가 잘 진행돼 현재 두 차례 유전자 검사에서 잇따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해야 할 일을 하려 한 것인데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병원에서도 당황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의료기관으로서 진료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슈퍼전파자’로 꼽히는 16번 환자(40)의 입원 치료로 8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대전 서구의 대청병원은 현재 병동에 격리된 100여명의 환자·간병인들을 수간호사들이 앞장서 돌보고 있다. 1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31일 이 병원 오수정 원장은 즉시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전 직원을 모아 메르스 확산 방지에 들어갔다.

의사 8명을 포함한 43명의 의료진이 자택 격리를 당하면서 일손이 부족한데다, 감염에 대한 공포도 큰 탓에 젊은 간호사들이 머뭇거리자 다른 병동의 수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문제의 ‘51병동’에 들어갔다. 젊은 의료진이 이를 뒤따랐다.

격리된 환자·보호자 137명에겐 오 원장이 직접 협조를 호소했다. “여러분이 협조하는 게 대전시민을 지키는 일”이라고 읍소했다. 현재 대청병원 의료진은 2교대로 근무하며 병원을 지키고 있다. 대청병원 관계자는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의료진도 속속 병원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손이 없기 때문에 발벗고 나서서 격리된 환자들을 돌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메르스 때문에 마을이 통째로 고립된 전북 순창에서는 앞서 8일 군청 공무원들이 가택격리된 주민들을 대신해 농사일에 나서기도 했다. 순창읍 한 마을의 농가에서 수확을 앞둔 오디 때문에 발을 구르자 군청 직원, 농협 임직원 등 35명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최아영(33)씨는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건 이렇게 양심적인 분들이 자기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하대병원에 환자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아이 걱정만 했던 게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윤아무개(38)씨도 “다들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의 책임있는 모습에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엄지원 기자, 순창/박임근 기자 umkija@hani.co.kr

[메르스 퀴즈] 메르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로 촉발된 전염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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