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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 감염 간호사, 허술한 ‘D급 방호복’ 지급받았다

등록 2015-06-16 19:48수정 2015-06-16 22:07

에볼라-메르스 의료진 보호장구 지침 비교
에볼라-메르스 의료진 보호장구 지침 비교
한겹짜리 D등급 방호복 감염 우려
“방수기능 갖춘 C등급으로”

의료진들 피로감 한계상황
피로 누적에 면역력 약해져
인력 충원 시급 목소리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메르스 환자의 치료를 맡고 있는 거점병원들은 모두 전시체제로 돌아가는 중이다. 금세 끝나리라 예상했던 싸움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의료진마저 초주검에 이르고 있다.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메르스에 감염되자 의료진의 안전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격리병실에 들어가 (메르스)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들이 탈수 증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마저 생기고 있습니다.” 지혜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16일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의료진이 격리병실에 들어갈 땐 방수 기능이 있는 시(C)등급의 두꺼운 방호복을 입는데다 피로까지 누적된 까닭이다.

메르스 거점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치료의 최전선이다. 격리병실에 입원한 11명의 메르스 격리환자를 17명의 의사와 120여명의 간호인력이 돌보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지 지부장은 “인력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속 격리 대상이 발생하고, 24시간 격리병실 환자를 돌보는데다 메르스로 인해 생긴 의료폐기물까지 간호사들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찔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격리병실에 들어갈 때 착용하는 충전식 호흡장치 탓이다. 안면보호구 내 이산화탄소를 걸러내주는 호흡장치는 2시간이면 방전된다. 낡은 충전지는 쉽게 방전돼 방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산소 공급이 안 돼 쓰러져 있는 간호사를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동료가 발견한 적도 있다. “방호복과 호흡장치를 모두 착용하려면 30분쯤 걸리는데 그 사이 간호사는 쓰러진 채 둘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를 맡고 있는 동료들의 건강이 많이 걱정됩니다.” 지 지부장의 설명이다.

지난 6월7일 대전 건양대병원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7일 대전 건양대병원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병원은 의료진을 보호할 장비마저 부족한 처지다. 언론에 나오곤 하는 ‘우주복’처럼 보이는 방호복은 일부 공공병원에만 있는 C등급이다. 일부 병원에선 C등급 방호복이 없어 의료진이 방수 기능이 없는 디(D)등급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간호사(148번째 환자·39)도 당시 D등급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정부가 ‘메르스 감염관리 지침’에서 D등급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C등급 방호복은 공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르스 위험이 적은 대만조차 C등급 방호복을 의료진에게 배포한 것과 차이가 난다. 지 지부장은 “정부 매뉴얼대로 보호장구를 갖추고도 의료진이 감염된 까닭에 의료 현장의 불안은 커지는 게 당연합니다. 우리 병원엔 C등급 방호복이 있지만 현 상황으로 미뤄 얼마나 재고가 있을지도 걱정됩니다”라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내 인력 부족과 비정규직 확산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진과 병원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다하라”고 주장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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