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들의 사인이 ‘세균감염에 의한 패혈증’인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국과수에서 통보받은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국과수는 지난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이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숨진 신생아 4명의 피에서 발견된 시트로박터균이 신생아 3명한테 주입된 지질영양 주사제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다. 다만 국과수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이나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경찰은 지질영양 주사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 위반’ 혐의가 있는 간호사 3명과 ‘지도·감독 의무 위반’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전공주치의를 포함해 모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은 “16일 주치의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피의자 추가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감염관리·인력부족 등 여러 요인 겹친 것”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자, 여러 보건의료 전문가는 감염 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예방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이대목동병원의 몇몇 의료진을 처벌하고 넘어간다면 ‘제2의 이대병원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문제가 된 지질영양 주사제를 간호사가 조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환자 안전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주사제 조제는 약사가 맡고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신생아 수도 3~4명 이하로 제한해야 감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 안정적인 의료진 확보 대책이 중요한데, 의료진에 대한 처벌로 사고를 무마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누가 중환자실에서 일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환자안전 분야 전문가인 이상일 울산대 의대 교수는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신생아 사망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사고는 해당 병원의 감염관리 방식이나 의료인력 부족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빚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안전본부’ 등을 꾸려 근본 원인을 찾고 예방책을 내놓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생아 중환자실 수익 낮지 않아 의료계 일각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을 통해 병원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낮아 인력 확보와 효과적인 감염관리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3년에 신생아 중환자실의 입원료를 100% 인상했고, 2015년에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인건비 책정, 2016년 간호인력 추가 비용 인정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그 결과 병원 스스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충분히 확보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대의료원의 경우 서울 강서구에 새 병원을 짓기로 했는데, 여기에 이대목동병원에서 나온 수익을 투자하느라 정작 목동병원 중환자실의 인력 확충이나 감염관리에는 소홀했던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새 병원 건립에 목동병원 수익이 일부 들어가지만 주된 예산은 동대문병원의 매각 대금과 기부금,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마련 중”이라며 “신생아 중환자실에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인력 수는 다른 병원보다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 복지부, 시정명령·업무정지 검토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말 상급종합병원 42곳을 지정하며 이대목동병원에 대해서는 지정을 보류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만큼 곧 상급종합병원협의회를 열어 이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병원 감염 사고가 심각한 만큼 복지부가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지정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찰의 공식 수사 결과를 받아본 뒤, 의료법 제36조에 규정된 ‘의료기관 위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시정명령과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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