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사진공동취재단.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21일 감염 예방수칙을 위반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전 신생아 중환자실장 박아무개 교수와 수간호사 ㄱ씨,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신생아 중환자실장 조아무개 교수, 불구속 기소된 전공의와 임상전문의, 간호사 2명 등 모두 7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염을 방지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 점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공의의 경우 중환자실의 근무 형태와 수련의라는 피교육자 신분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금고 1년6개월~3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는 2017년 12월16일 밤 11시7분께 경찰에 접수된 한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2명 이상이 죽었다. 중환자실이다. 4명의 아이를 심폐소생술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오후 9시32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 사이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졌다. 동시다발 심정지. 병원 스스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힌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상온에 방치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영양제를 투여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봤다. 이 균은 일반 성인에게는 무해하지만 신생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성인에게는 요로 감염, 호흡기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며 1병의 주사제를 1명에게 투여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여러 명에게 나눠 맞히기(분주) 위해 영양제를 상온에 둔 채 신생아들에게 차례로 맞췄다고 보고 의료진에게 감염 예방수칙 위반과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병원에서는 분주 관행이 개원 때인 1993년 이후 지속되어 왔으며, 의사와 수간호사 등은 이런 관행을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역시 “분주 관행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아졌다”며 “분주 과정을 알 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진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주사기가 의료 폐기물과 닿아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사망한 신생아들과 동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 영양제를 맞은 다른 신생아들은 패혈증에 걸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영양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되었고 신생아들이 이 오염된 영양제로 균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선고 직후 조 교수 등 의료진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조 교수의 변호인은 “통상의 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 판단하는데 재판부에서 오랜 감정과 여러 증인, 전문가를 통해 충분히 인과 관계를 따진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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