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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신생아 집단사망’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7명 전원 ‘무죄’

등록 2019-02-21 15:10수정 2019-02-21 21:38

“주의 의무 소홀 과실은 인정되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사진공동취재단.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사진공동취재단.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21일 감염 예방수칙을 위반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전 신생아 중환자실장 박아무개 교수와 수간호사 ㄱ씨,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신생아 중환자실장 조아무개 교수, 불구속 기소된 전공의와 임상전문의, 간호사 2명 등 모두 7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염을 방지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 점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공의의 경우 중환자실의 근무 형태와 수련의라는 피교육자 신분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금고 1년6개월~3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는 2017년 12월16일 밤 11시7분께 경찰에 접수된 한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2명 이상이 죽었다. 중환자실이다. 4명의 아이를 심폐소생술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오후 9시32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 사이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졌다. 동시다발 심정지. 병원 스스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힌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상온에 방치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영양제를 투여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봤다. 이 균은 일반 성인에게는 무해하지만 신생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성인에게는 요로 감염, 호흡기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며 1병의 주사제를 1명에게 투여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여러 명에게 나눠 맞히기(분주) 위해 영양제를 상온에 둔 채 신생아들에게 차례로 맞췄다고 보고 의료진에게 감염 예방수칙 위반과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병원에서는 분주 관행이 개원 때인 1993년 이후 지속되어 왔으며, 의사와 수간호사 등은 이런 관행을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역시 “분주 관행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아졌다”며 “분주 과정을 알 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진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주사기가 의료 폐기물과 닿아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사망한 신생아들과 동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 영양제를 맞은 다른 신생아들은 패혈증에 걸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영양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되었고 신생아들이 이 오염된 영양제로 균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선고 직후 조 교수 등 의료진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조 교수의 변호인은 “통상의 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 판단하는데 재판부에서 오랜 감정과 여러 증인, 전문가를 통해 충분히 인과 관계를 따진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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