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 경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이례적으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잠복기 상태의 환자한테서도 감염된다’는 이른바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 보건당국은 ‘엄밀히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증상이 전혀 발현되지 않아 잠복기(2~14일 추정)에 있는 무증상 상태인 사람도 사실은 이미 감염돼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보다 밀접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에서 무증상 감염이 실제로 나타나거나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은 보다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말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며 “다만 이 대목이 이번 신종 바이러스를 둘러싼 가장 큰, 해소되지 않은 의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 논란은 앞서 27일 중국 보건위생 당국자가 “(발열·기침 등) 신종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잠복기에 있는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한 단 한마디에서 촉발됐다. 실제 사례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로버트 레드필드 소장은 “플루 같은 일부 바이러스는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도 감염을 확산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라해도 증상이 확진된 환자에 의한 감염에 비하면 확산 위험은 훨씬 적다”고 말했다. 중국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국가 호흡계통 질병 임상의학 연구센터’ 주임(센터장)은 29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증상 감염과 관련해 “임상 증세가 늦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빨리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며 “잠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해선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와 사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 패밀리(계열)’이라 코로나의 전형적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무증상 감염이 없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도 그런 특징을 따라갈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국외에서 발생한 2차 감염(사람 간 감염)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 박혜경 팀장은 “2차 감염의 가능성은 늘 있다”면서도 “아직 (가족 외) 지역사회 전파를 보이는 곳은 없다. 일단 전부 중국 우한에서 들어온 사람들과의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 종료 시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해외 유입 감염병은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종료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안에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할지 말건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감염병 전문가들도 ‘아직 피크(정점)에 이르지 않았다’ ‘3월이 돼야 한다’ ‘2주 뒤를 보고 있다’ 등 서로 다르게 얘기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조계완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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