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일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머무른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연 확대회의에서 이전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여럿 내놨다. 지난달 21일 이후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머무른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할 뿐 아니라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 일시 중단, 중국인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 검토 등을 포함시킨 것이다. 중수본은 2일 “메르스, 독감과 비교할 때 전염력이 높고 전파 속도가 빨라 무증상·경증환자 전파 가능성이 커 방역대책을 과감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관계 부처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래 입국제한 조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WHO)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도 국가 간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데는 반대해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일 “위험 지역에서 입국자 규모를 줄이면 안전하다는 기본 원칙은 있지만 위험도에 따라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처에 대해서는 여러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된 정부 관계자들은 주말 내내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확진자가 확산되고 여러 나라가 앞다퉈 입국 제한 조처를 내놓으면서 국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뒤 10여일 만인 2일 확진자는 15명까지 늘었다. 추가적인 조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미국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최근 14일 안에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정부 내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중요하지만 정부로서도 (이동하는) 총량을 줄여야 (방역관리 등에서) 감당이 된다.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 조처 정도의 수준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동과 여행, 교역의 제한을 반대한다는) 국제 기준에 따라 최소한으로 (제한 지역을) 정한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 안심 차원의 결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의 실효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완전히 모든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순서대로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이 지난달 이미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12개 지역을 봉쇄한데다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우한 외에 항저우와 광저우, 정저우, 창사, 난징 등을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고 해당 지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또는 중단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방지환 서울시보라매병원 교수(감염내과)도 “후베이성은 이미 중국 내에서도 (교류 등을) 차단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입국 금지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내 확진자 발생 속도와 국내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기준으로 추가 조처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외국에서 유입된 국내 확진자 수가 늘어난다면 중국 위험지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열흘간 추이를 보겠다”고 말했다. 나라 간 정보 공유 공조체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 지난달 19일 입국한 중국인 가이드인 12번째 확진자의 경우, 일본 확진자의 접촉자였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빠져나갔다가 뒤늦게 확인된 사례다. 접촉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국적을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본이 중국 정부에만 접촉자 명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기모란 교수는 “(이번 조처처럼) 입국을 금지해도 12번째 확진자와 같은 경우는 걸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각 나라가 좀더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노지원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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