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감염병 전문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하거나 머무른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제주지역 방문자에 대한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 중단하고, 중국에서 관광 목적으로 들어오기 위해 받는 단기비자 발급 중단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나온 대책의 핵심은 후베이성 방문·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인데, 사실상 이동이 가로막힌 후베이성만을 제한한 정부 조처를 두고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대응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되며, 우리 국민은 입국을 허용하되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는 앞서 일본이 취한 입국 제한 조처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특별입국절차를 새로 마련해, 중국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만들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의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할 계획이다.
비록 후베이성 체류자로 한정했지만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를 내린 건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종 코로나가 이미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에서 중국 특정 지역 체류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앞으로 신종 코로나의 확산 정도에 따라 신속하게 추가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입국금지 대상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게 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가 일시 중단된다. 지난해에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의 98%가 중국인이다. 우리 국민들의 중국 여행도 제한된다. 정부는 중국 전역의 여행 경보를 현재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바꾸는 것을 검토한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도 강화한다고 중수본은 밝혔다. 앞으로는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구분 없이 확진환자와 접촉한 이들 전체를 14일간 자가격리하기로 했다.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된다. 또 기존에는 후베이성 외에 중국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입국자는 폐렴 진단을 받아야 진단 검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발열·기침 등 증상만 있어도 받을 수 있게 바뀐다.
이밖에도 사업장·어린이집·산후조리원 등 집단시설 근무자가 중국을 다녀온 경우 14일간 업무에서 배제된다. 또 국내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점을 고려해 개강 연기를 검토하고 입국이 어려운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수업 등도 마련한다.
중수본은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의 ‘경계’ 수준으로 유지하되,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 준해서 총력 대응을 할 방침이다.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는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되거나 전국적으로 퍼졌을 때 발동한다.
박다해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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