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퇴원을 검토할 만큼 상태가 호전된 환자가 처음 나왔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2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55살 한국인 남성이다. 첫 확진자인 35살 중국인 여성도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만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두번째 환자는 현재 폐렴 증상도 호전되고 각종 검사(결과)도 많이 좋아져 항바이러스제 투여는 중지하고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확인됐다. 첫번째 환자 역시 폐렴 소견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중대본은 나머지 확진환자들의 상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확진자가 폐렴 등 임상 증상이 좋아지고 24시간 간격으로 유전자증폭 검사를 해 두번 음성이 나오면 퇴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다만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그사이에 바뀐 지식을 반영해서 (퇴원 기준을) 적용할지 전문가들로부터 검토를 받아 퇴원 여부와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환자가 입원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정기현 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음성’이 두번 나왔는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견주면 퇴원 기준에 해당한다”면서도 “감염증 치료를 위해 격리됐던 분들은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퇴원 뒤에도 꾸준한 치료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퇴원 이후 환자 관리 계획을 세운 뒤에야 퇴원시킬 수 있어 의료진이 함께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15명은 대부분 초기에 발견됐다. 이들은 기침으로 시작해 폐렴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보였고, 엑스선상에 나타나는 폐렴 중증도에 견줘 더 약하게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 분석을 보면, 확진자 15명 가운데 남성은 10명(66.7%)이고 평균 연령은 42.9살이다. 10명은 중국과 일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사례고, 나머지 5명은 국내에서 2차 감염됐다. 이들은 증상 치료와 함께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시 항생제 치료를 병행한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도 일부 활용한다. 이들은 인천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명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등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지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중국을 보면 65살 이상의 고령이고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좀 더 중증이거나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국내) 15명의 환자는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어느 정도 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보건당국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사망자의 다수가 고령·기저질환자 등이었다. 중대본은 조만간 임상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환자들의 특성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새로 확진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까지 490명의 조사 대상 유증상자에 대해 진단 검사를 했으며, 414명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격리 해제됐다고 밝혔다. 61명은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박다해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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