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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음압병동 진입까지 2차례 검역…환자도 의사도 ‘도시락 점심’

등록 2020-02-06 22:17수정 2020-02-07 13:38

‘1번 환자’ 치료한 인천의료원 가보니

CCTV 화면으로 실시간 환자 체크
방호복 입은 간호사가 도시락 전달

“처음 5~6일은 감기처럼 열만 나다
나중에 폐렴 증상…다른 폐렴과 반대”

1번째 확진자인 중국인 어제 퇴원
“중국에 의자인심이라는 말 있는데
당신들은 그 이상” 고마움 전해
인천광역시의료원 음압병동 간호사 스테이션 모니터에 국내 첫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광역시의료원 음압병동 간호사 스테이션 모니터에 국내 첫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체온 먼저 측정하겠습니다.”

지난 5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첫번째 확진자 ㄱ(35·중국인 여성)씨가 입원한 인천의료원을 들어서자, 마스크를 쓴 직원이 체온계를 들고 다가왔다. 체온계에 뜬 숫자는 36.4도. 정상 범위였지만 질문이 이어졌다. “혹시 최근에 중국을 다녀온 적 있으신가요?” 방문객을 상대로 일종의 자체 검역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음압병상이 있는 6층에서도 같은 절차가 반복됐다.

7개의 음압병상이 있는 이곳에선 이날 오전 의심환자 한 명이 막 퇴원 절차를 밟고 있던 참이었다. 이날까지 인천의료원에는 확진환자 한 명 외에도 의심환자 18명이 입원했으나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와 퇴원했다. 간호사실에서 보이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에서 ㄱ씨가 누워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지난 주말부터 상태가 빠르게 좋아졌다. 1~2일 두 차례 실시한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서 이미 모두 음성이 나왔다. 완치 판단을 하려면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뒤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을 검사해 모두 음성이 나와야 한다.

하얀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도시락을 건네받고 들어가자 그는 몸을 일으켜 밥 먹을 채비를 했다. 병실 앞에서 손소독을 하고 들어간 간호사는 환자의 체온과 혈압을 먼저 잰 뒤 다시 손소독을 하고 나서야 도시락 봉투를 풀어 환자에게 건넸다. 김치 등 한식을 잘 못 먹는 환자를 배려해 식당에서 중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음압병동 간호사들이 병실에 필요한 물품을 특수통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병실 안과 밖의 압력차이 때문에 이 통로의 양쪽 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광역시의료원 음압병동 간호사들이 병실에 필요한 물품을 특수통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병실 안과 밖의 압력차이 때문에 이 통로의 양쪽 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사이 ㄱ씨를 담당하는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도 서둘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나마도 할당된 시간은 약 15분이다. 이날 낮 12시30분부터 다른 병원에서 확진자를 담당하는 의사들과 ㄱ씨의 격리 해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ㄱ씨의 경우 호흡곤란이 (입원) 후반부에 생겨 2~3일 고비가 있었어요. 입원 일주일 뒤부터 코에 캐뉼라(튜브)를 꽂고 3리터에서 6리터로 늘려가며 산소를 공급해왔거든요. 혹시나 싶어서 1분에 몇 십리터씩 산소를 많이 쏴주는 고유량 산소공급기까지 갖추고 대비해놓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까진 (상태가) 안 나빠졌죠.”

ㄱ씨는 지난달 19일 입국 당시 38.3도의 고열로 공항 검역망에서 포착됐고, 이후 인천의료원 음압병상에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왔다. 입국 하루 전인 18일부터 발열, 오한, 근육통의 증상이 나타났던 ㄱ씨는 증상 발현 4일째인 21일부터 약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산소포화도는 91%까지 떨어졌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를 쓴 것도 이날부터다. 열은 열흘가량 지속됐다. 7일째인 24일 38.9도까지 높아진 뒤에야 조금씩 진정됐다. 증상 발현 14일째인 31일부터는 호흡곤란 증세가 조금씩 나아졌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보이던 폐 병변도 이날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5일 ㄱ씨의 산소포화도를 나타내는 화면엔 98%가 찍혀 있었다.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다른 바이러스성 폐렴처럼 초기에 가래와 객혈 등 폐렴 증상이 있고 사라지는 패턴이 아니라 처음 5~6일은 감기 증상처럼 열만 있다가 후반부에 폐렴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1번째 환자 증상이 중등도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진) 다른 환자들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 과장은 이날 오전 ㄱ씨에게 “격리 해제 되면 중국은 어떻게 갈 예정인가”를 통역 앱을 활용해 물어봤다고 했다. “고향인 우한이 폐쇄돼 있어 나도 아직 모르겠다. 중국 정부와 논의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를 물었다. 김 과장은 ㄱ씨가 보낸 메시지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당신들의 보살핌에 너무 감사하며 내가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란 메시지가 화면에 떠 있었다.

ㄱ씨는 6일 퇴원 결정이 내려졌다. 그는 한동안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퇴원하면서 ㄱ씨는 의료진에게 영어로 쓴 편지에서 “중국에서는 고쳐주는 사람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다는 뜻의 ‘의자인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당신들은 그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인천/박다해 이정하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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