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에서 방역작업자들이 케이티엑스(KTX) 열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고양/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첫 환자가 나온 뒤 2차·3차 감염으로 번지는 기간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짧아 전파력이 더 강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감염되더라도 사스·메르스에 견줘 심각한 중증 질환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6일 대한감염학회 주관 기자간담회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티에프(TF)’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료진·전문가그룹은 국내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발생에 대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① 바이러스 전파력은? 메르스, 사스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감염자 한 사람이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수)가 낮은데도 빠른 전파를 보이는 데 대해선 세대기가 짧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중앙임상티에프 팀장)은 “1차 감염에서 2차 감염, 2차 감염에서 3차 감염까지 걸리는 시간을 ‘세대기’라고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대기가 매우 짧은 경향이 있어 더 빨리 퍼져나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2차 감염은 본격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국내에서도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2차 감염이 생긴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전파가 활발하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많아야 하는데 최근 광주에서 보고된 1건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중연 아주대병원 교수(감염내과)도 “중국 바깥의 환자가 (중국처럼) 많이 늘지 않은 건 우한에서 초기에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할 (특수한) 환경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한과 우한 밖 중국 상황의 차이에서 보듯 우리 대응에 따라 확산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중 서울대의대 교수(감염내과)는 “국내 사례 가운데 역학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② 위험도는 얼마나? 현재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안정적 상태다.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도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떨어진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메르스 환자들의 경우 입원해있는 동안 매우 숨이 차고 힘들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체외막산소화 장치)를 사용하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하는 환자도 있었는데, 이번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의 경우 이 정도 중증 환자는 아직까지 없어보인다는 것이 환자 주치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폐기능 손상도가 사스나 메르스에 견줘 낮은 편이라는 임상적 판단도 나온다. 방지환 센터장은 “국내 확진자의 경우로만 추정한 제한적인 결과”라는 것을 전제로 “이번 환자들의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보면 (일반 폐렴처럼) 폐에 염증이 있어 하얗게 보이지만 실제로 환자들이 숨차거나 하는 증상은 덜한 편으로 염증이 상대적으로 덜한 폐렴이 아닌가 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향후 치명률은 현재 2% 수준보다는 낮아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형식 센터장은 “중국 이외 국가에서 발생한 환자 200여명 중 2명이 숨졌는데, 홍콩 사망자는 심장병이 있었고 필리핀에선 2차 감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며 “다른 이유로 숨졌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치명률은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남중 교수는 “국내 환자 평균연령은 49살이며, (국외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감염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 병이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많은) 병원에 유입될 경우 사망자 발생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③ 치료는 어떻게?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는 치료제가 있는 데 견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증요법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며 “에이즈 치료제 등을 사용하긴 하는데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일 때부터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완치가 되는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신형식 센터장은 “건강한 성인은 면역체계가 작동해 열흘에서 3주 사이에 균이 다 없어지면서 병이 저절로 낫게 된다”며 “신종 감염병이라 항체가 생기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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