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국 광둥성을 다녀온 아들 부부와 70대 노모가 한꺼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 광둥성은 후베이성에 이어 중국에서 두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많은 지역이다. 후베이성 외 중국 입국자의 전파로 추정되는 국내 첫 사례인데다, 상대적으로 중증 질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노인 환자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9일 경기 시흥시 매화동에 사는 73살의 한국인 여성(25번째 환자)이 발열·인후통 등의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여성과 같이 사는 아들(51·한국인, 26번째 환자)과 며느리(37·중국인, 27번째 환자)도 같은 날 오후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6·27번째 환자는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성을 방문했다가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25번째 환자는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지만 아들 부부보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애초 무증상 감염이 의심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보건당국은 증상이 발현한 뒤 가족 내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봤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일 며느리가 먼저 기침 증상이 있어서 (며느리가) 발병한 뒤 가족 내 전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구체적 동선은 10일 나올 예정이지만, 임병택 시흥시장은 이날 “확진자 가족이 병원 등을 자가용으로 이동했고 많은 곳을 다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우선 발표했다. 국내 확진자는 27명으로 늘었고, 이날 4번째 환자(55·한국인 남성)가 퇴원하면서 현재 24명이 입원 중이다.
8일 세계보건기구(WHO) 상황보고서를 보면, 이날 기준 중국 지역별 감염자 수는 후베이성(2만4953명)이 가장 많고 광둥성(1075명), 저장성(1048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광저우와 저장성 등의 지역사회 감염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추가 입국제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직은 신중한 태도다. 정은경 본부장은 “중국의 다른 지역을 통해서 감염된 환자는 아직까지 한 케이스가 발견된 거라 며칠간은 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5번째 환자는 국내 확진자 가운데 처음 나온 65살 이상 고령 환자라는 점에서도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고령자는 기저질환 등으로 같은 감염병에 걸리더라도 경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밝힌 뒤, “아직 60대 미만 환자들이 대부분이라 기저질환이 많지 않고 중증도도 높지 않아 중국이 발표한 후베이성 이외의 치명률인 0.16%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도록) 최대한 병원 감염을 차단하는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확진자의 연령을 보면, 50대가 8명으로 가장 많고, 20대와 40대가 각 6명, 30대가 5명이다. 60대와 70대는 각 1명씩이다.
이날 중대본은 우한에서 입국한 23번째 환자(57·중국인 여성)의 추가 동선도 공개했다. 이 환자는 지난 2일 낮 12시25분부터 1시12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 4층 플리츠플리츠, 1층 택스 리펀드(사후면세), 지하 1층 창화루에 차례로 들렀다. 또 타이를 다녀온 뒤 감염된 16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전날 362명에서 이날 417명으로, 55명이 늘었다. 광주21세기병원 환자와 동행했던 사람 등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접촉자가 늘었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박수지 박현정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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