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인한 임시휴점에 들어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이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료계의 성명이 나왔다. 사회적 불안감과 두려움만 조성할 뿐 실제로 감염병을 차단하는 의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역 간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통합지휘본부를 가동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위원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과도한 불안이나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선 안 된다”라며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에서 휴교·휴점 사태가 이어지는 것을 비판했다. 오히려 감염병에 대한 공포, 확진자에 대한 낙인을 불러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확진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환경은 적정 소독으로 충분하며 장기간 폐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도 (감염병) 유행 이전과 다름없이 한국을 ‘1등급’의 안전한 상태로 평가하고 있다”며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한 외국인 입국 제한, 마늘 섭취, 진통소염 연고 도포, 중국산 수입식품 배척 등과 같은 해결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더 크다”고 밝혔다.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낙인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위원회는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낙인은 타인의 존엄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신속한 진단과 환자관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밝혔다. 만약 환자를 비난하고, 접촉자를 무조건 격리하며, 발열·기침 증상이 있다고 해서 공동시설 출입을 막거나 전파력 유무를 따지지 않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일단 폐쇄하면 당사자들이 방역당국을 더욱 피해 다니게 된다는 얘기다. 위원회는 “감염병 방역활동의 성패는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인권보호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동안 감염병 유행에서 얻은 보건학적 교훈”이라며 “지금은 공중보건학적 위기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수준으로까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이성적 공포, 불필요한 과잉대응으로 인한 2차 피해 유발을 경계해달라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또 확진자가 방문한 지역에 대해 각 부처가 협의한 기본 원칙과 지침을 마련해 불필요한 혼선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지자체, 교육청, 대학교, 재난 관련 각급기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 상황과 효과적인 방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역통합지휘본부’를 가동해달라고 제안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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