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격리(코호트 격리)되고 있는 경기 과천시 신천지 숙소에서 한 신도가 집 밖을 나서다 과천시청 직원에게 제지당한 뒤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 숙소에서 신천지 신도 2명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과천/연합뉴스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7일 하루에만 422명 더 늘어나 1천명을 넘어섰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가운데 유증상자 1299명의 검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확진자 증가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들의 검사 결과가 모두 나올 때까지 당분간 이런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7일 505명이 새로 확진돼, 전체 확진자 수가 1766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의 83.6%는 대구에서 나왔고, 서울과 부산에선 각각 은평성모병원(12명)과 온천교회(29명)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났다. 이날 대구에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 중이던 75살 남성이 숨져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환자 4명은 추가로 격리해제돼 이날까지 격리해제된 환자 수는 총 26명이다.
방대본은 이날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중 증상이 있다고 밝힌 1299명의 검체 채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가 모두 나오기까지는 1~2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본부장은 “오늘 확진자 수가 대구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건 (신천지 대구교회 유증상자의 검사 결과) 양성자들이 대부분 반영된 것”이라며 “(해당 집단의) 양성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의 상당수는 경증이거나 무증상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확진자들의 발병·진단 시점, 증상 여부 등을 함께 봐야 앞으로 코로나19의 기세를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오늘부터 교인 전수조사에 들어가는데, (이미 검사한 이들을 제외하고) 6천명 정도가 남았다. 여기서 꽤 나올 거고, 2·3차 감염까지 확인되면 대구에서 확진자가 2천~3천명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하루 검사 물량이 대폭 증가한 영향도 있다. 대구와 경북 청도 등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서 16일께 노출된 감염자의 잠복기가 지나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여서, 이들이 검사를 받고 순차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는 양상을 보인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대구시에서만 진행된 검사가 1천건가량이다. 전국적으로는 하루에 7천건 이상의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초기에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들부터 조금이라도 역학적인 연관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에 대해서까지 진단검사를 해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가능한 한 조기에 환자를 발견해 집단발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이 숫자에 불안해할 게 아니라 확진자 증가 추이를 볼 때 누적 검사자 수 대비 누적 확진자 수(확진율)를 같이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적극적인 검사 덕분에 누적 검사자 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27일 기준으로 전국 누적 검사자 수는 6만4886명으로 일본(1017명, 24일 기준), 싱가포르(1364명, 25일 기준), 영국(6795명·25일 기준) 등에 견줘 최대 64배 많다.
김성균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국의 검사 확진율을 보면 이날 오전 기준 2.8%를 기록해 전날에 견줘 0.4%포인트 늘었다”며 “(대구의 경우도) 오히려 보건당국이 관리하고 파악하는 체계 안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원 김창엽 교수도 “감염이 퍼져나갈 때 집계하는 발생률과 진단검사 대상에서 나오는 발견율을 구분해야 한다”며 “누구를 검사하는지에 따라 확진자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구·경북의 확진자 수만으로 앞으로 확산세가 심해진다고 보는 건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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