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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홀로 자가격리·불안한 집단생활…장애인 대책은 아직 감감

등록 2020-03-03 21:22수정 2020-03-04 02:12

혼자 생활 어려운 경우 많은데
활동지원사 구하기 어렵고
급작스러운 집단감염 위험도 커

당국·지자체 지침 사실상 전무
‘한단계 높여 중증도 판단’이 유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장애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장애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29일 새벽 5시, 대구의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인 정지원(31)씨는 전날 밤 지역 장애인 가운데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적장애 2급 ㄱ(48)씨의 상태를 살피려고,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장애인 자립주택에 들어갔다. 입원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 중이던 ㄱ씨의 체온을 재고 집을 소독했다.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짐을 싸는 등 입원 전 준비도 그의 몫이었다.

정씨는 현재 ㄱ씨의 동거인과 ‘공동격리’ 중이다. 동거인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는데 그 역시 장애인이어서 생활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19로 격리된 장애인들 역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가격리자를 도우려고 생쌀 등을 지원해줬지만, 조리가 어려운 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2주간 컵밥이나 즉석식품 등으로 버텨야 하는데, 장애인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노출된 장애인의 입원과 자가격리 과정은 오롯이 공적 대응체계가 아닌 민간단체의 몫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대구 북구의 장애인 시설 성보재활원에서 중증 장애인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전체 환자 규모가 커지면서 장애인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제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자가격리 장애인의 활동지원사다. 3일 대구의 장애인단체 ‘장애인지역공동체’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택에서 생활하는 이 지역 장애인 가운데 코로나19 양성 판정 또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례는 모두 20가구(확진 1, 자가격리 19)다. 자가격리 장애인이 사는 19가구 가운데 함께 사는 가족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11가구, 장애인단체 직원 등이 14일 동안 ‘공동격리’를 하는 이는 6가구, 아예 혼자 지내는 장애인은 2가구다.

평소에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활동지원사의 필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특히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누군가가 함께 생활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검사나 치료를 받기도 전에 증상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자가격리 장애인으로부터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탓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확진 판정을 받아 음압병상에 입원을 해도 활동지원사는 투입되지 않는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환자가 폭증한 대구에선 활동지원사가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대상자인 경우도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특성을 고려한 장애인 검사·자가격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지침 가운데 ‘장애인’과 관련된 항목은, 시설 입소 장애인의 경우 확진자의 중증도를 분류할 때 한 단계 더 높게 판단하라는 내용이 전부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확진환자와 자가격리자의 특성에 맞는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 건강취약층인 이들의 위험도를 고려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담은 박준용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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