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진단검사 과정에서 신천지 대구교회를 위주로 하지 않고 고위험군인 대구시민들을 우선 검사하기로 했다. 증상이 없는 젊고 건강한 신도들까지 전수조사를 벌이느라,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검사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5%가량은 치명률이 높은 위중한 환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단검사에서부터 병상 배정, 치료까지 고위험군을 위주로 한 대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치명률을 분석한 자료(0시 기준)를 보면, 전체 평균은 0.6%지만, 70대는 4.0%, 80살 이상은 5.4%로 고령자 치명률이 훨씬 높다. 대부분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건강 취약층일수록 코로나19에 걸리면 치명적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6시까지 확인된 사망자 31명 가운데, 사후 확진된 6명을 제외하면 확진된 뒤 평균 3.1일 만에 숨졌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대구교회는 20대 신도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이 아닌데도 우선적으로 검사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고위험군부터 검진하고 우선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자원을 투입해 사망자가 더 늘지 않도록 조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기저질환이 있는 70살 여성이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를 하다가 증상이 악화돼 숨졌다.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더라도 곧바로 입원할 병상이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 집에서 대기하는 확진자만 2천명이 넘는 대구지역은 2일부터 퇴원 기준이 완화돼 종전보다는 병상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환자들을 적절하게 이송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경증 환자들이 퇴원하면 시설이나 자가격리로 옮겨가기 때문에 당분간 병원들은 이를 통해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중증 환자의 시·도 간 전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빈 병상과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시·도 간 전원을 담당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쪽은 “환자 1명을 전원 조처하기까지 의료기관 조율이나 적합한 구급차 배치 등에 최소 3~4시간이 걸린다”며 “응급인력과 의료진들이 감염병 관련 전원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병상 정보도 전산망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중증 환자의 증상이 호전될 경우 좀더 낮은 급의 병상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 중증 환자를 최대한 빨리 배치할 수 있도록 각 시·도와 중앙정부가 환자·병상 정보를 취합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다른 지자체는 추가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여유 병상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원칙적으로 중증 환자를 먼 곳으로 이송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여유 병상을 확보해두고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방대본이 파악한 위중 환자는 23명이다. 퇴원하거나 사망한 환자를 뺀 확진자 4750명 중 0.48% 수준이지만, 집에서 대기 중인 확진자를 포함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0시 기준 대구에서 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 중인 확진자는 2195명에 이른다.
박수지 노지원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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