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대구에서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5일 기준으로 전체 신규 확진자 수도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경북의 요양시설 등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져,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대구시 발표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6088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 규모(0시 기준)는 2일 686명에서 3일 600명, 4일 516명, 5일 438명으로 증가폭이 조금씩 줄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에 대한 전수검사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증가폭이 둔화됐는데,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대구는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7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매일 500여명의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했으나, 지난 4일 추가 확진자는 405명, 5일엔 321명에 그쳤다.
이처럼 대구에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은 신천지예수교 신도의 양성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5일까지 대구 신천지 신도 1만914명 가운데 8458명(77.5%)의 진단검사를 마쳤는데, 검사 초기 80%를 넘었던 양성률이 4일에는 27.9%에 그쳤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던 신도들에 대한 검사가 끝난 뒤, 증상이 없는 나머지 신도들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면서 양성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낙관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현재로선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 자체에 의미를 두긴 어렵다”며 “절대 방심해선 안 되며,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듯 보이더라도, 이는 중심 증폭집단의 모수 자체가 한정돼 있어 그 한정된 모수에서 확진자를 찾아낸 것일 뿐”이라며 “문제는 그 집단에서 여러 경로로 바깥에 다리를 놓았다는 점인데, 그 다리를 타고 넘어간 바이러스가 또 다른 증폭 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2차·3차 전파, 또 다른 유행의 어떤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른 지역의 집단감염은 이미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북 봉화군 노인의료복지시설 푸른요양원에선 입소자와 직원 등 4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또 경산의 행복요양원(1명)과 참좋은재가센터(2명)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경북도는 요양원 내 집단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9일부터 22일까지 도내 사회복지시설 중 생활시설 581곳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코호트 격리를 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의 직원들은 7일 동안 외출과 퇴근이 금지되고 시설 안에서 지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의 소규모 집단감염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창녕군의 동전노래방에선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나왔다.
정부는 대구·경북 청도에 이어,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선 경북 경산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경산 지역의 확진자는 347명(5일 오전 11시 기준)이며, 최근 요양원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국외 상황도 변수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확진자가 각각 3087명, 2922명으로 급속하게 늘었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대륙 등에서도 속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제 막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는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로 격리해제된 이들은 47명으로, 지난달 5일부터 한달간 격리해제된 인원(41명)보다 많았다. 사망자는 42명으로 늘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사망자 수(38명)를 넘어섰다.
박다해 김일우 김영동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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