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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로 심리적 위기 겪는 시민들에게 ‘마음의 백신’ 드려요”

등록 2020-03-08 18:44수정 2020-03-09 04:43

【짬】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김현수 단장

김현수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 서혜미 기자
김현수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 서혜미 기자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현재 시민들이 ‘심리적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뿐 아니라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공포로 인한 병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공포 자체에는 감염력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공포가 나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봉천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바이러스를 소독하는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줄이는 ‘심리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안에 ‘서울시 코비드(COVID)19 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지원단은 김 센터장을 단장으로, 응급의학과‧내과 교수와 정신건강전문요원, 예술치료사 등으로 구성됐다. 심리지원단 홈페이지와 카카오톡·페이스북 등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시민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을 게시한다. 청소년과 학부모, 감염병 경험자 등을 위한 맞춤형 심리 안정 콘텐츠를 각각 만들고 또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 팩트체크, 시민들을 응원하는 ‘치유레터’도 만들어 올린다.

김 센터장은 “감염병이 확산하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기 쉽다”며 감염병의 특수성을 짚었다. 감염병은 그 특성상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누가 걸릴지 알 수 없어 다른 재난보다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낀다. 김 센터장은 “치사율은 높지만 감염력이 낮아 감염자가 적었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감염력이 높아 본인도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민들 공포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한 공포는 그 자체로 질병에 맞서는 면역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한다.” 가짜뉴스를 믿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행동을 하거나, 지병이 있음에도 감염 우려로 병원에 가지 않아 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극단적으로 시민들이 국가를 불신해 정부가 권하는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분노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한국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의사·정신치유 전문가 등으로
시 자살예방센터 안에서 운영
심리방역 위해 치유레터 올려
코로나19 가짜뉴스 팩트체크도
“과도한 공포는 면역력 낮춰”

세월호·메르스 때도 심리 치유

김 센터장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시민들이 재난을 잘 이겨내도록 돕는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는 이미 통합심리지원센터라는 기구가 있다. 김 센터장은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들어서면서 오프라인 상담과 전화 상담 외에도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안정 콘텐츠를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코비드19 심리 지원단을 공식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시민들의 심리 안정에 큰 관심을 보이는 데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세월호 이후부터 큰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났다. 세월호 전에는 재난 이후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이 없었다.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때는 경기 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장을 맡았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감염자와 격리자를 위한 돌봄 프로그램과 명지병원 내 직원들의 심리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심리방역의 목표를 두고 그는 “시민들의 심리적인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비록 행동의 제약은 있어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면 심리방역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상처받고 분노하며 타인을 불신하는 것과, 서로 협력하며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공동체에 남기는 후유증이 다르다. 심리방역의 목표는 시민사회가 분열되지 않게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심리지원단은 시민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제공을 위해 유튜브 영상도 만들 예정이다. 지원단은 6월 말까지 4개월간 활동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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