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를 두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방역당국이 앞으로 세부적인 집 주소나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하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확진자 동선 공개 지침을 마련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지침은 환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거주지의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이동경로와 방문 장소 등도 이전처럼 낱낱이 밝히지 않는다.
지침을 보면, 앞으로는 확진자의 증상과 마스크 착용 여부, 체류기간, 노출 상황·시기 등을 고려해 감염을 우려할 만큼 확진자와 접촉이 일어난 경우에만 해당 장소와 이동수단을 공개한다. 이때 공개하는 정보는 접촉자가 발생한 △건물의 특정 층·호실, 특정 매장명 및 시간대 △상호명, 도로명 주소 등 소재지 △대중교통 노선번호, 호선·호차 번호, 탑승지·탑승일시, 하차지·하차일시 등이다. 역학조사 결과, 환자가 방문한 공간의 모든 접촉자가 파악됐을 땐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개 대상 기간은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고, 역학조사에서 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엔 검체 채취 1일 전부터 격리일까지다.
방역당국이 환자의 이동경로 공개 지침을 변경하게 된 것은 인권 보호 목적뿐만 아니라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달리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지금은 위험이 높은 상황에 우선 대응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족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확진자의) 가족이나 동거인, 지인들의 전염력이 높았지, 영화관 등에서 노출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다중이용시설 등의 동선을 일일이 조사하기보다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가족 등을 우선 격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2차 감염 원인 가운데 65~75%는 ‘가족’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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