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강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해당 건물과 인근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직장인 김금희(가명)씨는 최근 카레가루와 울금환을 주문했다. 강황과 울금이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코로나19에도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카레를 많이 먹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건 정확한 진단이 안 되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신종 감염병이 돌 때마다 이른바 ‘면역력 장사꾼’들이 만들어내는 가짜 정보가 생겨나고 진짜보다 더 빨리, 멀리 퍼진다”고 지적했다.
17일 현재 50명을 훌쩍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소독을 하겠다며 ‘소금물 스프레이’를 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전염병, 이른바 ‘인포데믹’의 위험성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정보와 전염병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거나 과장된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유행하고 번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정책관리학)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병원감염이 발생했는데도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생긴 각종 ‘소문’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면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주목도가 올라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포데믹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가 양적으로 증가하고, 이런 정보에 대한 뉴스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허위·과장 정보 △특정한 의도가 담긴 주장성 정보 △혐오·갈등·낙인을 조장하는 정보 등이 전파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에스엔에스와 모바일 메신저 등에선 한 유명 대학 교수의 발언이라며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우한과 같은 에스(S)형이고 이탈리아에서 번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변형돼 한국보다 감염이 4배나 빠른 악성”이란 이야기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진단검사관리총괄팀장은 16일 “과학계에서는 특정 바이러스의 변이나 다른 돌출적인 상황에 의해서 유럽의 (전파)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 중심 연구에선 바이러스의 변형이 유행 속도나 치명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은혜의강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뿌린 소금물 역시 소독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스프레이로 신도들의 입에 일일이 소금물을 뿌린 것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잘못된 정보가 감염의 위험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전파되는 잘못된 정보를 믿지 마시고, 방역 당국의 행동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방대본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누리집 등을 통해 이런 허위정보의 사실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 방대본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말에 일부러 보건용 마스크 주문을 취소하는 바람에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제약업체가 최근 만나 코로나19 동향을 논의했다’ ‘서울대 의대 졸업생이 소염제와 항생제를 스스로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등 최근 떠돈 정보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뜨거운 물 마시기’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도 코로나19 예방과는 무관하다. 세계보건기구는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 자외선 살균램프를 사용하는 것, 마늘을 많이 먹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포데믹’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관련 뉴스를 접하는 횟수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시민건강연구소는 “자극적인 정보만 남으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고, 설사 진짜 정보라고 해도 온갖 맥락없는 정보가 섞이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소식 찾기는 아침 한 번, 저녁 한 번, 하루 두 차례로 줄이고 ‘낚시형’ 제목보다 정보형 제목의 뉴스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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