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달이 흘렀다. 중국 우한에서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현재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역유입을 우려하는 동시에 전국 곳곳의 산발적 집단감염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19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8565명, 사망자는 94명이다.
국내 방역 대응은 지난달 중순 이후 공항·항만에서 바이러스의 길목을 지키던 방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난달 18일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로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개학 연기, 재택근무, 행사·모임 자제 등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달 22일 대한감염학회 등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가 “확진자 발견과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의 ‘봉쇄 전략’에서 지역사회 확산을 지연시키는 ‘완화 전략’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대정부·국민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 방역당국도 1주일 뒤인 29일 이를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대국민 실천으로 이어져왔다. 그사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세 차례 개학을 늦췄고, 재택근무는 확산된 동시에 회식은 자취를 감추며 거리가 한산해졌다.
이후 한달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 호소도 나오지만, 전염력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상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일상 곳곳에서 ‘생활 방역’을 실천해야 한다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듯”(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생활 속 방역이 습관으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19일 “(20일이면 국내) 첫 유입 사례가 발생한 지 정확히 두달”이라며 “국민들께서는 개인 위생수칙,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방역의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 손씻기와 기침 예절 외에도 ‘생활 기본값’으로 삼을 만한 생활 속 수칙을 따져봤다.
■ 학교 콜센터 등 고위험 사업장 중심으로 개선 중인 거리두기 환경 조성은 학교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밀집도가 높은 학교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주요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4월6일로 예정된 개학일까지 교실 책상을 재배치해 학생과 학생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급식 역시 마주 보는 대신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하고, 식사 시간대를 나눠 학생이 분산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오전-오후반, 격일제 등교도 검토된다.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2m 거리두기가 가능할 정도로 교실 공간이 넓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오전-오후반은 교대시간이 혼잡해지고 소독이 어렵다”며 “격일제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급식의 경우, 대형 급식실로 이동하는 대신 학급별 급식을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무조건 등교를 미덕으로 삼는 학교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미국 학교는 학생이 아플 경우 다른 학생에게 옮길 수 있다며 등교를 못 하게 한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문화가 정착돼야 의도치 않은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구내식당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일터 일터에서는 기존에 시행하던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을 최대한 활용해 실내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재택근무가 어렵다면 근무 장소 안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무 소통 활성화 등을 이유로 최근 몇년 새 사무실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거나 지정 좌석이 없는 공유좌석제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감염 예방 차원에서는 좋지 않다. 칸막이가 없으면 침방울이 쉽게 튈 수 있고, 공유 좌석을 이용하면 책상 표면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바이러스 접촉이 쉬워질 수 있어서다.
비말(침방울)이 쉽게 섞일 수 있기 때문에 회식도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파도 나온다’를 미덕으로 삼는 직장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아파도 나온다’는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성실의 척도였지만, 감염병이 도는 상황에서 공동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병원 가벼운 감기 기운을 느낀다면 집에서 며칠 경과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전화처방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한 국민안심병원 이용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감염이 두려워 대면 진료가 필요한데도 무조건 병원을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감염 걱정 때문에 기존 질환 관리를 하지 않다가 확진될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의 병원 출입을 줄이는 것이 감염 관리에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요양병원은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면회가 전면 제한돼 있지만, 다른 병원들도 이전보다 엄격하게 출입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입원 환자 면회를 출입증을 보유한 보호자 1명으로 제한했고, 다른 주요 병원들도 출입구에서 해외여행력 확인, 발열 검사 등을 시행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최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때 잠시 병문안 문화가 중단돼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정착되지 않았다”며 “외부 감염 유입이 있을 수 있는 불필요한 병문안, 면회 등은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들끼리 교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 내에서 기존 입원 환자와 호흡기 환자의 병상을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 일상생활 종교 생활은 당분간 온라인 예배 등을 유지하며 되도록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예배나 미사를 볼 때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과 1~2m 이상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사람이 모여 손으로 음식을 나눠 먹는 행위도 삼가는 게 좋다.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주일학교나 공부 모임도 자제하는 게 좋다.
4월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몰리는 투표소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선거관리 당국에 가능하다면 ‘우편투표’를 장려하라고 권고한다. 투표량이 적은 시간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기표소 간격을 최대한 늘려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입구에 발열체크 전담 인력 및 대기 간격 조절 요원 배치 △유증상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 설치 △기표용구 등 주기적 소독 △일회용 장갑 비치 등 감염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거소투표 신고 기간(24~28일)에 우편투표를 할 수 있다.
장보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대형 마트는 밀폐된 공간이고 사람은 많아 거리 유지가 잘 되지 않는다”며 “매장 적정 인원을 정해두고, 초과할 경우 외부에서 줄을 세워 순차적으로 입장하게 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노지원 이유진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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