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설치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자에 앉아 지퍼백에 담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자가격리자의 무단이탈을 막으려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 손목밴드(전자팔찌)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유보’로 돌아섰다. 자가격리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그 대신 정부는 격리 지침을 위반하면 모두 실형을 구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손목밴드 도입 등과 관련해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연 결과,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방역 당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고, 앞으로 관련 회의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시각에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선 “자가격리자 관리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손목밴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회의에선 거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가 검토한 손목밴드는 격리자가 스마트폰에서 20미터 이상 떨어지면 모니터링단에 실시간으로 경보음이 울리고, 이를 확인한 관계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면 즉시 현장을 방문해 이탈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가격리자 관리에 부정적이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자가격리를 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침을 지키라는) 반복적인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위치정보도 민감 정보인데 (손목밴드까지 착용하는 건) 자가격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이나 인권보호에 소홀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목밴드 도입 문제를 유보하는 대신,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이의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의도적으로 격리 조처를 위반한 경우 원칙적으로 기소하고, 재판에서도 징역형의 실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방역당국의 입원·격리 지침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데, 벌금형 약식 처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판에 넘겨 엄벌하겠다는 얘기다. 6일 오후 현재 자가격리 인원은 4만6566명으로 이 가운데 감염병예방법, 검역법 등 위반 혐의로 사법 절차를 밟고 있는 이는 모두 75명(67건)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47명으로 집계됐다. 방역 당국은 “3월22일부터 28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첫째 주의 성적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곳곳에 남아 있는 감염 불씨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대본은 이번주부터 유흥시설 점검 시 기존 위생 공무원 위주에서 경찰,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참여하는 합동점검으로 강화하고, 클럽은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집중 점검한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균 3주 이상 시행할 경우, 발생의 95%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며 “계속해서 제대로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박다해 노지원 권지담 성연철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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