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23일 오후 대구광역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게 감사 배지를 달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 수 감소로 감염병 전담병상의 상당수가 비면서, 정부가 일부를 단계적으로 일반 병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각 지역 의료서비스의 중추인 국공립 병원을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도 더 이용할 여유가 생기게 됐다. 정부는 바이러스가 재유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위기 시 병상을 신속하게 재확보할 계획을 각 시·도와 논의 중이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4단계에 걸쳐 감염병 전담병원 67곳의 병상 7535개를 차츰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없는 12개 병원의 682개 감염병 병상은 이날 일반 병상으로 바뀌었고, 요양병원 등 감염병 지속 대응이 적합하지 않은 병원이나 감염병 병상 가동률이 5% 이하인 병원 11곳은 이달 중 추가로 전환된다. 5월 초에는 대구·경북과 수도권을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감축이 이뤄지고, 이후 확진자 추세에 따라 대구·경북과 수도권의 감축 시기를 결정한다. 기존 전담병원 67곳 가운데 55곳이 국공립 병원이다.
일반 병상으로의 전환은 감염병 병상이 80% 넘게 비어서다. 환자가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받고 있는 병상은 전날 기준 1406개다. 확진자 수가 많았던 대구·경북도, 민간병원 협력까지 받아 확보한 2675개 병상 가운데 74.6%(1996개)가 비어 있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 50명 미만 추세가 계속돼 4단계 감축을 마치게 되면, 전국 감염병 병상은 1500∼230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자가 다시 빠르게 늘어날 때를 대비해 정부는 국가지정 음압병실과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기) 등 의료자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방역반장은 “올가을·겨울에 2차 유행이 올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도별로 가용한 병상과 함께, 시·도 경계를 넘어 권역별로 공동 활용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집단 면역’ 조사를 할 방침도 밝혔다. 집단 면역이란 한 집단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이 특정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항체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확실한 방어력과 지속기간을 갖춘 항체 형성 수준을 보면 코로나19 유행 여부를 내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해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때 대구·경북 지역 혈액 검체를 확보하거나 군 입대 신병의 검체를 확보해 항체 유무를 조사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인구 1700만명 가운데 약 3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네덜란드에서는, 헌혈자 7천명을 대상으로 항체조사를 한 결과 3% 정도에서만 항체가 확인됐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환자는 8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는 1만702명이다.
최하얀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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